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이 강력범죄로 격화되고 있다. 최근 경기 의정부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상대 흉기 난동 범죄의 동기도 층간소음이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112 신고로 접수되는 층간소음 갈등 특성상 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는 층간소음 갈등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애로점이 제기된다.
14일 경기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의정부 아파트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와 피해자 가족 사이 층간소음 갈등이 있었다는 정황을 고려해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라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시 민락동 한 아파트 승강기에서는 전날 오전 30대 남성 A씨가 위층에 거주하는 일가족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가족은 다행히 생명엔 지장 없이 병원에 이송됐다. A씨는 추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층간소음 갈등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빈번하다. 지난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층간소음 관련 범죄로 법원 판단을 받은 사건은 총 734건이다. 이중 폭력범죄(70.5%)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살인·강간·방화 등 강력범죄도 10%가량 벌어졌다. 피의자가 피해자와 만나자마자 흉기를 사용한 경우도 4건 중 1건꼴로 발생했다.
지난 7월 대전에서는 60대 남성이 층간소음으로 찾아온 아래층 이웃에 흉기로 위협하고 뜨거운 식용유를 부어 화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피의자는 다른 이웃에게 톱까지 겨누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달 초 대전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지난 4월 벌어진 화염방사 사고 역시 층간소음 갈등으로 빚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봉천동 사건 피의자 사망으로 범행동기가 층간소음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피의자가 소음에 민감한 성향이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 문제가 112 신고를 통해 접수되기 때문에 범죄 예방을 위해선 사건 초기부터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층간소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점이 현장 경찰 발목을 잡고 있다.
김성희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법이 없다 보니 층간소음 현장에서 경찰은 중재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며 "명백한 스토킹 행위가 아니면 경범죄처벌법 정도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이 법 하나로는 소음이 발생하는 주거지 안을 확인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층간소음 갈등을 위험신호를 조기 감지하기 위해선 112 신고 코드 분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현재는 층간소음 분쟁 관련 별도 코드가 지정돼 있지 않다. 입력자가 각기 다르게 키워드를 기재하면서 층간소음 사건만 추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 지역이 층간소음 관련해 어느 정도 분쟁을 겪고 있는지 답을 제시하는 통계가 없다"고 했다. 김 연구관도 "관리사무소에서 조정역할을 해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데이터 관리가 된다면 경찰이 반복 신고가 들어오는 곳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023년 전국 경찰서에서 확대 시행 중인 '회복적 경찰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찰은 층간소음 등 지역사회 분쟁을 발굴하고 가·피해자에 회복적 경찰활동을 안내한다. 가·피해자가 모두 동의할 시 전담 경찰관은 전문기관과 협의해 회복적 대화모임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민간 전문기관 주관으로 대화모임이 진행되며 경찰도 동석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웃 등 관계가 유지되는 한 갈등은 계속 진행된다. 궁극적으로 관계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사건이 될 수 있고 사법기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