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못 먹고 일한다" "숙소비 입금 안 돼"…APEC 파견 경찰관 '불만'

민수정 기자
2025.10.31 14:17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회의 참석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에 도착한 가운데 30일 오후 숙소로 알려진 경주 코오롱호텔 인근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뉴스1.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에 차출된 경찰 내부에서 불만이 나온다. 도시락을 제때 배급받지 못하고 휴식 공간도 마땅치 않다는 경찰관들의 토로가 쏟아진다. 경북경찰청은 복지지원팀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답답한 마음에 글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서울청 소속 경찰관 A씨 글이 올라왔다. 그는 경주에 내려간 직원들로부터 식사와 휴게공간 등에 대한 불만을 들었다며 상부에 호소했다.

A씨는 "3끼는 모두 도시락이다. 30일 아침 도시락은 배송이 늦어 추운 날씨에 다 식어 도착했다"며 "점심시간을 놓친 직원은 다시 근무교대를 해야 하고 다시 휴게시간이 오면 운 좋은 직원은 오후 3시에 점심을 먹고 그 시간마저 늦으면 저녁식사 시간"이라고 했다.

이어 "버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버스 대기 장소가 근무지에서 먼 직원들은 근무가 끝나면 1.5㎞ 걸어 버스로 와야 한다. 앉을 자리가 없어 그냥 서 있거나 돌아다니면서 휴게시간을 보내는 곳도 있다고 한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APEC 파견 경찰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만 토로 글들이 올라온다. 배정된 숙소에 도착했는데 숙소비 입금이 되지 않아 입실을 못해 다른 숙소를 구했다는 등 내용이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APEC 동원된 경찰이 누리는 식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소비기한이 지난 샌드위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31일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APEC 차출 경찰관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독자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찰관 B씨는 "근무 교대 시간인 오후 3시 전에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도시락 배달이 교대 시간이 넘어서 됐다. 일부 인원은 아침, 점심도 못 먹고 근무에 바로 투입돼 저녁이 첫 끼였다"라고 말했다.

서울청 소속 경찰 C씨도 "(파견자들로부터) 도시락이 제때 오지 않아서 사비로 식사했다거나, 비번일 때 숙소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2㎞ 정도 걸어가야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경찰 지휘부는 전반적인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 시설이 경찰 인력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고 유동적인 행사 일정으로 인해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도시락은 다른 지역에서 배달되는데 늦어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샌드위치 역시 배달이 늦어지면서 소비기한이 지난 시점에 배달됐다고 했다. 경북청 관계자는 "빈 곳에 자체적으로 식사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일부 인원은 업무 특성상 도시락 말고는 방법이 없어 배달 차량이 늦게 도착하면서 제때 식사를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답했다.

숙소비 입금이 안 됐다는 점은 '행정상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영화관, 놀이공원, 수련원 등 휴게공간을 마련했지만 일부 인력은 배치되는 장소에 따라 시설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경북청은 APEC 기간 이전부터 청 소속 복지지원팀을 가용하고 자체 콜센터를 운영 중이다. A씨 사례 역시 지원팀이 현장에 파견돼 조처했으며 지원팀은 APEC 관련 경력이 모두 빠질 때까지 운용된다.

경찰은 경북 전역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최고 수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APEC 기간에는 하루 최대 1만9000여명 인력을 투입해 경주 전역을 봉쇄한다. 정상 숙소와 회의장 주변에는 경찰 기동대와 특공대 등이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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