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준 '살충제 귤' 모르고 먹은 교사 충격…"가해성 없다" 결론 시끌

전형주 기자
2025.10.31 10:24
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이 살충제를 뿌린 귤을 교사에게 건넨 일이 확인됐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학생의 행동이 교권을 침해한 것은 맞다면서도 '가해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이 살충제를 뿌린 귤을 교사에게 건넨 일이 확인됐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는 학생의 행동이 교권을 침해한 것은 맞다면서도 '가해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대구교사노조는 지난달 19일 대구 수성구 한 고등학교에서 여고생 A양이 에프킬라를 뿌린 귤을 교사 B씨에게 먹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A양은 당시 정규 수업을 마친 뒤 B씨에게 귤을 건넸고, B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이를 받아먹었다. 다른 학생을 통해 귤에 살충제가 뿌려진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큰 충격을 받았으며, 교권 침해에 따른 휴가를 내고 열흘 가량 학교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위는 22일 학생이 귤에 살충제를 뿌린 경위와 고의성 여부 등을 심의한 결과 '교사에게 피해가 있었고 학생은 교권을 침해한 게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학생이 뚜렷한 가해 목적을 갖고 있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노조는 "교사의 신체적 안전을 가볍게 여기고 교권 침해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결정"이라며 '가해 목적성' 판단 기준을 재검토하고 이 사건을 전면 재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조는 "에프킬라 용기에는 '음식물에 닿거나 흡입·섭취시 유해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 물질을 귤에 직접 분사해 B씨에게만 건넨 학생의 행위는 이미 위해 의도가 내포된 행위"라며 "가해 목적성은 위험한 결과를 인식하면서도 그 행위를 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A양에 대한 법적 조치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살충제를 뿌린 귤을 건넨 행위는 폭행죄 혹은 상해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며, A양이 촉법소년 연령을 초과했다면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다.

노조는 "장난이었다는 이유로 피해가 사라지지 않는다. 학교와 교육청이 '사건 축소'와 '조용한 처리'에만 몰두한다면, 교사는 또다시 홀로 모든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 방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교권침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교사 안전보호 매뉴얼을 강화하고, 현장 교사 의견을 제도 개선에 반영하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피해가 없는 방향으로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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