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두 번의 보완 수사에도 '누명' 못 벗었다…중증 장애인 감옥 갈 뻔

민수정 기자
2025.11.05 13:53
서울서부지검 /사진=이혜수 기자.

횡령 혐의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던 중증 지적장애인이 검찰 보완 수사를 통해 혐의를 벗었다. 진범은 지적장애인의 동업자였는데 경찰은 두차례에 걸친 보완 수사 요구에도 수사에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8월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던 중증 장애인 A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같은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B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21년 12월부터 두 달여 간 은평구에서 휴대폰 위탁판매업체를 운영하다 거래처로부터 약 5200만원을 갚지 못해 고소당했다. 경찰은 △A씨 이름으로 사업자등록과 계약서 명의가 모두 작성된 점 △A씨가 B씨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내용의 대화내역 등을 고려해 A씨만 단독 피의자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송치된 A씨가 심한 정도의 장애인이라는 점을 이유로 B씨가 진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경찰에 2023년 2월과 11월 두차례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모두 A씨를 송치한 결정을 뒤집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5~8월 직접 A씨 장애 정도를 녹화했고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수사선상에서 벗어났던 B씨가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휴대전화 대화내역에서 1인 2역으로 적출된 정황이 확인됐고 A씨 명의로 진행된 대출 상담 녹취파일 속에는 B씨가 A씨에게 답변을 지시하는 음성이 들어있었다.

B씨는 휴대폰 판매 업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A씨가 판매를 위탁한 휴대폰을 임의 처분하거나 판매대금을 보관하던 중 임의 소비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일삼았다.

B씨는 이 사건으로 지난 8월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2심 법정에서 비로소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B씨가 장애인인 A씨에게 책임을 전가한 점을 주요 양형 이유로 꼽았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검찰의 2차례에 걸친 보완 수사 요구에도 경찰 결정이 변경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이 누명을 벗기까지 약 1년8개월이 소요된바 현행 보완 수사제도 한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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