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순·돈까스 다 먹어도 13000원..."돈 없잖아" 영철버거처럼 학생들 품었다

김서현 기자, 박상혁 기자
2025.12.17 15:37
17일 오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인근에 자리 잡은 동대 닭한마리 가게 모습. 이 식당은 개점 시간인 오전 11시를 앞두고 장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사진=김서현 기자.

서울 성북구 '영철버거'처럼 대학가엔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며 가성비 있는 가격으로 학생들의 한 끼를 책임진 식당들이 있다. 재룟값이 올라도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가격이 크게 올리지 않았다. 고물가 시대에 부담 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학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동국대 앞에서 30년간 자리를 지킨 서울 중구 '동대 닭한마리'는 가격을 2년째 올리지 않았다. 17일 점심 때가 가까워지자 동국대 학생들이 사장 김경희씨(63)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김씨(63)는 "주변 식당들은 가격을 3만3000원으로 올렸지만 우리는 3만원을 유지 중"이라며 "물론 원재룟값과 인건비 부담이 크지만, 배고플 학생들을 생각하면 차마 올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행정학과 졸업생 권모씨(27)는 "학과 모임을 하면 3~4차로 찾던 곳으로, 저렴하게 든든히 먹었던 기억이 있다"며 "이번 주말에 있을 대학 동기 결혼식 청첩장 모임을 추억이 많은 이곳에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억 안고 찾아오는 손님들…"대학생 주머니 사정 잘 알아"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인근 까치네분식 가게 내부 모습.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사진=김서현 기자.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앞에서 42년째 자리를 지킨 '까치네분식' 역시 가성비로 입소문을 타며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3대째 이어진 이 가게는 신입생 시절 찾았던 손님이 사회인이 된 뒤에도 찾는 단골집이다.

대표 메뉴인 '쫄순+돈까스 세트'는 1만3000원이다. 사장 황준하씨(27)는 "채소나 두부 등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 비용부담이 상당하지만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재작년까지 대학생이었기에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알아 학과 제휴 이벤트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만큼 저마다의 추억을 안고 찾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졸업 후 엄마가 돼 딸을 논술시험장에 데려다주다 들른 손님부터 단종된 메뉴를 기억하며 재출시 여부를 묻는 손님까지 다양했다. 컴퓨터공학부 졸업생 김태희씨(28)는 "새내기 때 입학하기 전 예비 대학생 프로그램의 멘토 언니들이 이곳에서 사줬던 기억이 난다"라며 "리모델링해서 옛날 분위기가 사라진 게 좀 아쉽지만, 다시 매장을 찾아 먹으니 옛날 맛이 나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에서 47년간 장사를 한 '온달왕돈까스'도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곳이다. 이 식당은 국군장병과 소방관, 경찰관을 대상으로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매주 금요일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도 한다. 식당 관계자 A씨는 "기본 메뉴로 나오는 수프나 소스 등 상당 부분을 매장에서 직접 만들다 보니 수익이 크지 않다"며 "그럼에도 박리다매 구조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 온달왕돈까스 가게 앞에 있는 입간판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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