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자산가 A씨는 지병으로 오래 못 살 것 같아 자식들에게 빠르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을 했다. 본인 소유 20억원대 상가건물을 처분해 12억원은 채무변제와 병원비로 지출했다. 남은 8억원은 네 자녀에게 2억원씩 나눠주고 몇달 후 A씨는 사망했다. 자녀들은 상속받은 2억원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신고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A씨가 처분한 상가건물의 대금을 어디에 썼는지 소명을 요구했다. 자식들은 아버지인 A씨가 12억원을 어디에 썼는지 사용처를 몰랐고 증빙할 자료도 없어 약 10억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추징 당했다.
살아 생전 부모 소유의 재산이나 금전 사용처를 자식들이 묻기는 쉽지 않다.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돌아가셨을 때 큰 재산을 물려받을 일이 없는 사람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채가 많은 경우도 상속을 포기하면 된다.
그러나 부모님이 물려줄 재산이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넋 놓고 있다가는 자기가 상속받지 않는 재산이나 금전적 흐름과 관련해 자식들이 세금을 물 수 있다. 일반 국민인 납세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세금을 물었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상속세는 상속개시(사망) 당시 피상속인이 소유하고 있던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에만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망 전 즉 상속개시 전 일어나 자금 사용처도 상속세 범주에 속할 수 있다.
상속개시 전에 재산을 처분해 과세자료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현금으로 상속인(자식 등)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세당국은 이 경우 상속세를 부당하게 줄이려고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속개시 전 일정기간 내에 일정한 금액 이상을 처분하고 처분금액의 용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상속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상속개시 전 특정 기간 안에 이뤄진 재산의 처분, 그 처분한 후 생긴 금전의 출처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례로 부모가 아파트를 하나 팔고 양도로 생긴 자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현금화해서 자식에게 증여했을 가능성도 있기에 사용처에 대한 증빙이 필요하다.
상속세법에는 추정상속재산이라고 규정하는 개념이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처분하거나 인출한 재산의 사용처가 불명확한 경우 그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상속개시 전 상속재산을 의도적으로 분산하는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추정상속재산은 재산종류별 1년 혹은 2년 내 인출, 처분한 금액 및 부담한 채무가액이 일정 수준을 넘었을 경우 별도로 자금 사용처를 소명하지 않으면 상속세 과세대상에 포함시켜 상속세를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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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해 받은 금액이나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인출한 금액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는 재산종류별로 계산해 2억원 이상, 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에는 5억원 이상인 경우 소명이 없으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액수가 더해진다.
문제는 A씨의 자식들처럼 아버지가 채무로 12억원을 사용했는지조차 모를 경우다. 증빙서류도 없다. 이같이 피상속인(A씨)이 상속개시 전에 처분한 재산의 사용처를 상속인(자식 등)이 정확하게 밝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상속세법에서는 소명하지 못한 금액 전부를 상속재산으로 보지는 않는다. 사용처 미소명금액에서 처분재산 가액의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처분재산가액이 10억원인데 사용처 미소명금액이 3억원인 경우에는 1억원만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한다. 미소명금액 3억원에서 2억원(10억원의 20%)을 빼면 1억원이 되고 이것이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개시 전 처분재산이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인 경우 반드시 사용처에 대한 증빙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거래 상대방이 피상속인과 특수관계에 있을 경우 금융기관을 통해 대금을 주고 받고 무통장입금증 등 객관적인 증빙을 확보해야 인정을 받기 쉽다.
또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대금이나 피상속인의 예금계좌에서 인출한 금액의 사용처를 피상속인이 사망하고 난 후 상속인이 밝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만큼 사용처에 대한 증빙을 피상속인이 미리 준비해야 자식들의 세금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A씨 역시 자식들에게 증여하기 전 12억원 채무해결에 대한 증비서류를 준비했더라면 소명이 가능해 세금을 추가로 추징당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