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값 올랐는데, 커피값 못 올려요"...'동네 카페' 사장님의 한숨

최문혁 기자
2026.02.01 09:44
3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 로스팅 기계가 비치돼 있다./사진=최문혁 기자.

14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원두 수입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하기 때문이다.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인기를 끌면서 커피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18억61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커피 수입량이 감소했음에도 국제 커피 가격이 급등해서다.

국내에서 주로 소비되는 아라비카 원두의 지난해 국제 원료 가격은 톤당 8116달러로 전년(5157달러) 대비 57% 상승했다. 주요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발생한 기상 이변으로 커피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국내 커피 가격이 더욱 뛰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달러 기준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307.12(2020=100)이나 원화 기준으로는 379.71에 이른다.

특히 환율 상승 폭이 컸던 지난해 10월 달러 기준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304.74로 전월(304.81) 대비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원화 기준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359.81에서 367.89로 올랐다. 원화 가치가 하락한 탓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50대 사장 정모씨는 "13년 동안 같은 원두 로스터리 업체와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며 "업체 사장님과의 오랜 인연 덕에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최근 환율 상승으로 생두 가격이 많이 올라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원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지난해에도 원두와 우유 등 원재료 비용이 모두 올랐지만 커피 가격은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근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가격이 주변 카페들의 커피 가격 기준이 됐다"며 "단골 손님들도 '커피값이라도 아껴야겠다'며 저가 커피를 사먹게 됐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생두를 구입해 직접 로스팅하는 '로스터리 카페'들은 환율 상승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았다. 대학로에서 9년째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 중인 최재영씨는 "생두 가격은 커피 수입물가지수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며 "최근 환율 상승으로 생두 가격이 많이 올라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9년 동안 단 두 차례밖에 커피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그는 "가격 인상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 상승은 대부분 카페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영세한 개인 카페는 커피 수입물가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량 공급 계약을 맺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가격 변동의 영향이 적지만, 영세한 카페 자영업자들은 공급업체와의 협상에서 힘이 없다"고 설명했다.

원가 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1400원대 높은 환율에서는 수입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자영업자들이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져 가격을 올리는 것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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