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축적' 만큼이나 '부의 환원'에도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기부를 고민하다가도 현실적인 고민 앞에서 차갑게 식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기부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해도 '어떻게 기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서다.
기부를 고민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심리적 저항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기부금이 원하는 곳에 잘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고, 둘째는 '기부금이 원하는 곳에 바로 사용되지 못하고 기부단체 운영비 등으로 소진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두 가지 이유로 많은 기부자가 직접 재단법인 설립을 고민해왔다. 그러나 재단법인 설립과 운영도 녹록지 않다. 우선 재단법인을 설립하려면 주무관청으로부터 엄격한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법인이 설립된 후에는 더 큰 과제가 기다린다.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하고 전문 인력을 고용해야 하며, 매년 이사회 운영과 회계 감사 등 복무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재단 없이도 기부금을 원하는 공익활동에만 투입하고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이 없을까. 공익신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익신탁이란 기부자(위탁자)가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재산을 수탁자(금융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기부단체 등)에게 맡기고 법무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운영하는 제도다. 재단법인처럼 많은 유지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매우 유연한 기부 수단이다.
공익신탁은 저비용·유연성·투명성 세 가지의 혁신을 선사한다. 첫 번째 장점은 '경제성'이다. 별도 조직이나 사무실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관리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수탁자에 대한 소정의 보수만 지불하면 나머지 기부금 전액을 목적 사업에 투입할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유연성'이다. 예를 들어, 기부자가 '바이오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신탁을 설정했다고 한다면 그해엔 A 대학, 내년에는 B 대학으로 수혜 대상을 그때마다 조정할 수 있다. 신탁 내부에 설치되는 '공익신탁 운영위원회'를 통해 기부자의 의지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장점은 '투명성과 편의성'이다. 수탁자는 신탁 계약에 따라 기부자가 지정한 용도로만 자금을 집행하고 법무부가 그 전 과정을 감독한다. 또 수탁자가 법무부에 대한 결과 보고 등 까다로운 후속 절차를 도맡아 처리하므로 기부자는 행정적 번거로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
공익신탁에 출연한 재산에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세제 혜택은 공익재단과 같으면서도 운영 비용은 들지 않고 관리는 훨씬 쉽다.
상속세·증여세의 혜택은 챙기면서 운영의 부담은 덜어내고 오직 '기부의 기쁨' 자체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공익신탁이라는 좋은 대안도 생각해보자.
법무법인(유) 화우의 양소라 변호사는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7기로 졸업 후 2008년부터 법무법인(유)화우에 근무하고 있다. 현재는 법무법인(유) 화우의 기업송무그룹 가사소송팀장·조세그룹 산하 자산관리센터 자산분쟁팀장으로 근무하며 기업 송무 및 상속·이혼·후견·유언대용신탁 등 업무를 처리하면서 여러 금융기관에 유언대용신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상속의 기술(2018년)', '한권으로 끝내는 상속과 증여(2025년)'를 출간했으며 한국가족법학회 및 한국상속법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