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급 비트코인 '먹튀' 형사처벌 못하나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2026.02.11 04:03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개수 vs 금액' 기준 쟁점
형법상 재물여부 애매… '횡령죄' 적용 의견 갈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부정거래 적용 첫시험대

10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현장점검에서 검사로 전격 전환했다. /사진=뉴스1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이 대량 오지급되는 사고가 발생한 뒤 일부 이용자가 이를 즉시 매도·출금한 행위를 두고 법적 책임논쟁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민사적으로는 부당이득이라 결국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빗썸이 오지급한 비트코인이나 이를 매도한 금액의 반환을 거부하는 이용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할 경우 빗썸이 승소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법 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이에 따라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부당이득으로 보고 반환의무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실제 법원은 과거 비슷한 사건에서 이용자의 부당이득 반환책임을 인정했다. 2017년 9월 빗썸의 시스템 오류로 인해 이용자 A씨의 전자지갑에 1.98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됐다. 당시 비트코인 1개 시세는 422만2000원이었고 A씨는 이를 팔아 830여만원을 챙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은 2019년 빗썸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A씨에게 8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에서 다뤄질 쟁점은 반환여부보다 반환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사에서 반환은 원칙적으로 원상회복을 지향한다. 따라서 이용자가 일부 비트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했더라도 청구가 개수 기준으로 정리되면 결국 비트코인을 다시 매입해 돌려줘야 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거래소에 확인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화한 사람들은 원물반환의무에 (거래) 차액까지 발생하게 됐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명 거래소 법무팀장 출신 현지혜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회사가) 원화로만 반환을 청구하면 당시 급락한 가격이 기준이 될 수 있어 분쟁이 커진다"며 "실무에선 '비트코인 몇 개를 반환하라'거나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급하라'는 식으로 개수 기준을 세워 청구하는 방식이 선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형사처분 가능성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핵심 쟁점은 가상자산이 형법상 재물인가와 어떤 죄명을 적용할 수 있는지다. 대법원은 2021년 착오로 이체된 비트코인을 임의로 처분한 사건에서 횡령·배임죄 성립을 부정하는 취지로 판단했다. 가상자산을 법정화폐처럼 동일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출신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형법으로는 재물성 논쟁이 있어 횡령적용이 쉽지 않다"며 "가상자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일반법보다 특별법 적용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가 주목한 것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의 사기적 부정거래다. 김 변호사는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이번 사건은 그 조항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가늠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잔액을 보면서도 팔았다면 '내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가 나온 2021년 이후 변한 시대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재물이 아니라고 봐서 횡령이 성립 안하거나 법률적용을 못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지금은 환금성이 매우 크고 압수·몰수도 실제로 이뤄진다. 시대·시장의 현실에 맞춰 해석이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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