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12일 오후 7시, 36세 남성 A씨가 경기 시흥시 거모동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C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편의점 안에 있던 두 명의 손님이 막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C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 날 숨을 거뒀다.
A씨는 이미 10분 전 자신의 의붓형을 살해하고 나온 상태였다. 형 역시 같은 방식으로 숨졌다. 당시 집 안에 있던 모친은 A씨가 의붓형에게 휘두르는 흉기를 막다가 부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형이 나한테 욕설을 했다" "화가 나서 그랬다"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4년 4월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그는 약을 먹다가 임의로 단약한 시기부터 모친, 의붓아버지, 의붓형 B씨와 한집에 거주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오후 6시50분쯤 A씨는 의붓형이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며 흉기를 휘둘렀다. 모친이 막으려 했지만, 손에 부상을 입었고 형은 A씨가 수차례 휘두른 흉기에 사망했다.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범행을 마친 A씨는 집을 빠져나와 도보 2분 거리의 편의점을 찾아갔다.
A씨는 과거 해당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C씨의 친언니 D씨로부터 폭행 신고를 당한 전력이 있었다. A씨는 의붓형을 죽인 순간 해당 사건을 떠올렸고 C씨를 D씨로 착각해 폭행하고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추가 범행은 불과 4~5분도 걸리지 않은 사이 벌어졌다.
편의점에는 손님 두 명이 있었지만 이들이 말릴 새도 없었다. 손님은 112에 전화해 "남성이 여성 점원을 폭행한다"고 신고했다. 이어 곧바로 "여성 점원이 흉기에 찔렸다"고 추가 신고했다. 경찰은 코드1에서 코드0으로 신고대응을 격상했다.
오후 7시6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A씨는 이미 범행 장소를 이탈한 뒤였다. A씨가 의붓형을 찌른 사건은 24분쯤 이웃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50여분 후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으로부터 1.8㎞가량 떨어진 노상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삼단봉을 이용해 A씨의 팔과 다리를 내려쳐 제압했다. A씨는 검거 과정에서 큰 저항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하면서도 "왜 화가 났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4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강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금된 A씨는 20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 A씨가 B씨 살해 이후 C씨도 살해한 것과 관련해 "D씨에게 신고당한 것이 생각났다. C씨가 D씨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검찰은 형량이 더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 혐의를 적용, A씨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수감된 보호시설 내에서 수차례 자해를 해 벨트형 수갑을 착용하고 공판에 참석했다.
검찰은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A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은 환청과 망상, 자해 등을 앓고 있는 환자"라며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9월22일 진행된 1심에서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안효승 재판장)는 A씨에게 징역 40년과 치료감호,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욕을 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의붓형을 살해하고 과거 자신의 폭행 사건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편의점 직원을 살해하는 등 재범의 우려가 크다고 판단된다"며 "사물 판단 능력의 저하로 이 사건을 저질렀다 보인다. 재범과 재발의 우려가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본다. 유족은 갑자기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그 고통을 안고 살 것"이라며 "다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죄를 저지른 점, 수사기관에서 자수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된다"라고 덧붙였다.
검찰과 A씨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올해 2월5일 수원고법원이 항소심을 기각하면서 징역 40년 형이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