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떤 주문인가요? 소스 좀 더 주세요."
지난 12일 오전 서울 금천구 '착한피자 1호점' 주방에서 권명옥씨(65)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권씨는 레시피를 눈으로 읽으며 재료를 쥔 손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피자 도우 위에 치즈를 넉넉히 올린 뒤 그 위에 불고기를 얹었다. 재료들을 다 올리고 나니 불고기피자 1판이 완성됐다. 권씨는 "주변에 졸업식이라도 있는지 출근 30분 만에 피자 30여판 주문이 쌓였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권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착한피자 1호점(반올림피자 금하마을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수십년을 전업주부로 지내다 지인과 노인일자리 사업 중 뜨개질에 참여했다"며 "이후 피자 만들기에 호기심을 느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조리 교육을 받을 땐 서툴렀지만 주부 경력이 있다 보니 금방 적응했다"고 덧붙였다.
착한 피자는 서울 금천구의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사회복지법인 금천시니어클럽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요식업·서비스업 역량이 있는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안정적인 노인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금천구에서 건물 보증금 2억원 등을 지원받았다. 사업 초기 단계인 지금은 1명당 최대 월 59시간 이내 근무할 수 있다. 만근 시 약 60만원을 받는다.
권씨는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직접 만든 피자를 가져갔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이걸 어떻게 만들었냐', '너무 맛있다'라는 말에 엄청 기분이 좋았다"며 "나이가 들어 집에만 있다 출근을 하니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직접 번 돈으로 자녀들에게는 맛있는 것도 사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날 권씨와 함께 짝을 이룬 박모씨(73)는 반죽 늘리기에 열중이었다. 그는 "권씨와 같은 뜨개질팀에 있었기에 눈빛만 봐도 손발이 맞는다"며 "피자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해 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떨리고 서툴러 힘들었지만 금방 적응해 지금은 바쁜 업무에 몰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파는 것 같은' 피자를 직접 먹음직스럽게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며 "아직 레시피를 보며 만들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예쁘고 맛있는 피자를 더 능숙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착한피자 1호점은 사회 환원 사업도 계획 중이다. 다음달 중 지역아동센터 등 취약계층 후원을 위해 논의 중이다. 운영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어르신들의 임금을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시급)으로 올릴 계획이다. 근무시간도 일 5시간 이내에서 점차 늘릴 예정이다.
김선웅 금천시니어클럽 관장은 "어르신들에게는 안전한 업무공간이 있는 일자리와 생활에 필요한 임금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익금 일부를 보육원이나 지역아동센터 등 취약계층에 후원할 것"이라며 "향후 착한피자 2호점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