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단 도·소매업 개인사업자와 의류판매업체 간 영업위임 계약을 한 후 거래를 하다 의류판매업체가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계약의 해석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미 체결된 계약이 있다면 그 계약 조항이 우선"이라며 민법의 일반 조항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원단 도·소매업을 하는 개인사업자 A씨가 영업위임 계약을 맺었던 의류판매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단을 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이를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원단 도·소매업 개인사업자 A씨와 의류판매업체 사이에 영업위임 계약이 체결됐다. 이 계약은 의류판매업체가 A씨에게 자신의 업체에서 생산하는 숙녀복 원단의 판매권한을 위임하고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이었다.
그런데 이 의류판매업체가 2022년 3월 계약 기간 중 직물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알리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 의류판매업체는 A씨에게 기존 수주분은 취소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A씨는 해당 계약은 2022년 10월31일까지 존속한다고 주장하며 손해금액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의류판매업체가 2022년 3월 일방적으로 영업위임계약을 파기함으로서 계약기간 만료일까지 수수료 상당 수입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그 손해의 일부로 1억2000만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의류판매업체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쟁점의 판단을 두고 민법의 일반 조항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맺은 계약 내용에 따른 사항을 적용해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였다. 이들의 계약에는 상대방 당사자에 대한 3개월 전의 서면 통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해지한 경우에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은 없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A씨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의류판매업체가 A씨에게 손해배상으로 5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면서 이를 파기 환송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관련 법리에 대해 당사자들이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민법에 규정된 바와 다른 내용으로 해지 사유와 절차 및 손해배상책임 등을 정했다면 해당 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손해배상책임 역시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규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들이 영업위임계약의 세부 조항을 통해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할 수 있는 사유와 절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원인 등을 별도로 정한 것은 임의규정인 민법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영업위임계약에서 정한 해지사유와 절차에 따르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손해배상책임 역시 영업위임계약의 규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만을 부담할 뿐이다"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