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연주가를 꿈꾸는 김서진군(14)은 고(故) 김철수씨의 자녀다. 김씨는 2020년 2월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 뇌출혈로 인해 갑작스레 쓰러졌다. 뇌사 상태에 빠진 그는 심장 등 장기를 4명의 환자에게 기증했다. 김군은 "아빠의 심장이 지금도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군은 아버지처럼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하는' 감동적인 연주를 하는 것이 목표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주관으로 '제7회 D.F(도너패밀리)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17명 등 각계각층의 손길이 모여 총 35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금 수여 대상자는 김군을 포함해 총 21명이다.
이번 행사에는 지난해 5월 뇌사 판정 후 신장을 기증하고 떠난 고 이근정씨의 자녀 이소진양(18)도 참석했다. 이양은 "아버지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시던 자상한 분"이라며 "장기기증은 아무나 실천할 수 없는 숭고한 나눔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 장래희망은 미대에 진학해 MD(상품기획전문가)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배우자 장혜임씨도 "늦둥이 소진이가 태어났을 때 남편이 탯줄을 자르며 기뻐하던 모습이 선하다"며 "남편 격려로 미술 공부를 다시 시작한 딸이 감동을 전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표 장학생으로서의 소감 발표는 정지산씨(31)가 맡았다. 그는 2010년 뇌사 장기기증을 한 고 정성길씨의 자녀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늦깎이 대학생이 된 정씨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라던 아버지의 말씀이 계속해서 맴돌았다"며 "환자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어루만지는 간호사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또 "자긍심을 품고 환자들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했다.
이날 수여식 이후에는 유가족 강연이 이어졌다. 2015년 미국 어학연수 중 사고를 당해 장기를 기증한 고 김하람양의 아버지 김순원 목사가 강단에 섰다. 그는 '내 안에 피는 꽃'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유자녀들의 새 학기를 응원했다. 아울러 제1회 D.F장학생 김조이씨(25)도 선배로서 격려를 전했다.
D.F 장학회는 2020년 장기기증인 및 유가족 예우 방안의 일환으로 발족됐다. 한창 학업 지원이 필요한 자녀를 두고 떠난 기증인을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뇌사 장기기증자 2205명의 평균 연령은 49.1세였다. 특히 40~50대의 비율이 45.6%로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재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생명을 살린 영웅들의 자녀들이 부모님의 고귀한 선택을 자긍심 삼아 우리 사회의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고 있어 대견하다"며 "앞으로도 유자녀들이 꿈을 펼치는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돼 생명나눔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