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옥외집회 일률적 형사 처벌…헌재 "집시법 조항 헌법불합치"

이혜수 기자
2026.02.26 17:26
헌법재판소 모습/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옥외집회 사전 신고 의무를 위반한 사람을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6일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 대해 "옥외집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위 법률조항은 내년 8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4명이 위헌, 1명이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즉각 없앨 경우 법적 공백이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일정 기간 잠정적 적용을 명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미신고 옥외집회 개최 행위에 대해선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도록 형벌권의 행사를 유보하는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고 했다. 헌재가 집시법 제22조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림에 따라 국회는 해당 조항을 보완해야 한다. 내년 8월31일까지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그 다음날인 9월1일부터 이 조항의 효력은 상실된다.

반면 옥외집회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집시법 제6조 제1항에 대해선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옥외집회로 침해될 수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호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해당 조항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하기 위해선 목적·일시·장소·주최자·연락책 책임자 등을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같은 법 제22조 제2항은 이를 어길 경우 시위 주최자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한편 동국대학교의 전 총학생회장 A씨가 2016년 12월16일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옛 새누리당사 앞에서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해 집시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2018년 7월 A씨가 집시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에서 2019년 10월 A씨에게 "집시법상 사전신고 대상이 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사가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은 2020년 5월 A씨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집시법상 사전신고 대상인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파기환송심 절차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집시법 제6조 제1항 등이 "명확성 원칙 및 과잉금지 원칙 등을 위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하던 서울남부지법은 2021년 5월18일 A씨의 제청 신청을 기각하고 같은 날 집시법 위반에 대해 항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에 A씨는 2021년 6월22일 헌법재판소에 옥외집회 사전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집시법 제22조2항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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