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강조, 코르셋 같아" 성희롱 군무원...법원 "해임 과중" 판단 이유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3.08 09:00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이혜수 기자

부하직원에게 "성적 호기심이 자극되는 옷을 입지 말라"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한 5급 군무원에게 내려진 해임 처분은 과도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5급 군무원 전모씨가 공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전씨는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건강관리검진센터에서 근무하다 성희롱 발언과 갑질 행위로 각각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성실의무 위반으로 해임 처분을 받았다.

전씨는 2020년 여름쯤 퇴근하려는 부하직원의 복장을 보고 "그런 옷 입지 말라, 그런 옷 입으면 병사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씨는 2022년 7월쯤 교통사고로 인한 척추 압박골절로 척추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던 부하직원에게 "너무 가슴이 강조되는 것 같다, 코르셋을 입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전씨는 2023년 1월쯤 부하직원이 "제복 입으신 거 다들 멋지시다"라고 말하자 부하직원에게 "그럼 이혼한 장군 찾아봐라"라고 발언하거나 2023년 2월 초에는 "미인계를 써서 타부서 창고에 있는 라디에이터와 화장실에 있는 라디에이터를 바꿔 달라고 요청해봐라"라고 발언하는 등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전씨는 2021년초부터 2023년 2월초까지 부하직원에게 재계약을 언급하거나 장례식 참석을 강요하고 오후 4시 이후 퇴근을 지시하는 등 갑질 행위를 한 것으로도 문제가 됐다.

법원은 "갑질행위 관련 비위 행위 대부분이 징계사유에 이를 정도는 아닌 부적절한 언행 정도에 그친다"면서 "성희롱 관련 품위유지의무위반은 모두 신체접촉 등을 수반하지 않은 언어적 성희롱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전씨의 발언에 대해 "상대방이 불쾌감과 혐오감 느낄 수 있는 성적 농담의 측면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남녀 사이의 성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암시하거나 자신의 성적 만족감 달성을 위해 상대방을 농락하려는 취지에 기인한 발언은 아니었다"며 "다만 함께 근무하는 과정에서 전씨의 자잘한 언행들로 형성된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상당한 압박감과 불안감, 스트레스를 받는 등 부하직원은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려 왔고 직급 차이 및 경직된 인사구조로 인해 이를 제대로 표출하거나 해결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억눌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법원은 "전씨의 비위 정도가 중하다고 평가할 수 있기는 하지만 개별 비위행위 자체는 경미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원고보다 더욱 중한 수위의 성희롱이나 '갑질' 행위 등을 한 경우를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면서 "피해자들도 전씨와 분리 조치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지만 이는 보직변경 또는 외부로의 전출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전씨는 23년동안 징계 없이 군무원으로 근무했고 근무태도나 직무능력 등에 관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5급 승진한 것은 물론 표창도 여러차례 수상한 전력이 있다"며 "전씨에게 잘못 인지하고 개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곧바로 군무원의 지위 박탈하는 해임처분은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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