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운전으로 고속도로 순찰원을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운전자가 사고 2년 만에 피해자 가족을 찾아 사과했다가 폭행당한 일이 발생했다.
JTBC '사건반장'은 지난 16일 방송에서 3년 전 남편의 교통사고 이후 지금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제보자 사연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 안전순찰원인 제보자 남편은 2023년 2월8일 저녁 광주대구 고속도로에 고장 난 화물차가 방치돼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는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 뒤에서 안전관리 중이었는데, 이때 1차로를 달려오던 승용차가 2차로에서 차선 변경을 하던 차와 부딪힌 뒤 갓길로 돌진했다.
차량을 미처 못 피한 남편은 가드레일 너머 6m 아래로 떨어졌다. 병원으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지만, 심각한 척수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제보자는 "남편이 모발 기증한다고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래서 머리가 중단발이었는데, 그게 다 피에 젖어 딱 붙어 있었다. 의사가 오토바이 사고냐고 물어봤을 만큼 얼굴이 다 엉망진창이었다"고 떠올렸다.
경찰은 당초 제보자 남편을 덮친 A차량보다 차선 변경으로 사고를 유발한 B차량 과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차량이 당시 시속 142㎞로 과속 운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두 운전자 모두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차량 운전자에게 금고 1년, B차량 운전자에게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에 가둬 수용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을 강제하지는 않는 형이다. 재판부는 B차량 운전자가 피해자 측과 합의한 것과 달리 A차량 운전자는 합의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A차량 운전자는 교도소에 가게 될 위기에 놓이자, 그제야 제보자 가족을 찾아왔다. 또 직접 사과하지 않고 변호사를 시켜 사과의 뜻을 전했으며, 병원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등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제보자는 결국 가해자 머리채를 붙잡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
제보자는 "가해자는 1년 넘게 관심 없이 살았다. 한번도 (병원에) 안 왔다. 법원에서 만났을 때도 저한테 아무 말도 안했다"며 "그 뒤에 실형이 나오니까 2년 만에 병원에 찾아와 사과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변호사가 말하고 본인은 뒤에서 멀뚱멀뚱 서 있더라. 난 친구가 구경 온 줄 알았다. 병문안 온 줄 알았다"며 "반면 B차량 운전자는 1심 판결 전 찾아와 무릎 꿇고 사죄했다. A차량 운전자는 법원에 공탁금만 넣어놨다"고 했다.
A차량 운전자는 항소 끝에 최근 집행유예 감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는 못했지만 1억5000만원 공탁금을 냈고, 이는 B차량 운전자 공탁금을 상회한다"며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