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의 한 유치원 교사가 독감 확진 상태에서도 수업을 이어가다 끝내 숨진 가운데 유치원 측이 해당 교사의 퇴직 시점을 사망 이전으로 처리하면서 유족이 사망 조위금을 못 받을 상황에 놓였다.
25일 뉴스1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교사 20대 A씨의 퇴직이 사망 시점인 지난달 14일보다 이틀 앞선 같은 달 12일 자로 처리됐다. 유치원 측이 교육지원청을 방문해 퇴직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학연금공단은 교직원 본인이 사망했을 때 사망 조위금으로 사망 당시 교직원 본인 기준소득월액의 2배를 유족에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교직원이 퇴직 후 사망했을 경우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A씨 퇴직 시점이 사망 이전으로 처리됨에 따라 A씨 유족이 사망 조위금 수령을 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A씨 유족 측 보상청구 대리를 맡은 정태영 노무사가 지난 23일 사망 조위금 청구를 위해 사학연금공단을 찾아 관련 서류를 제출했으나 이 같은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노무사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부천교육지원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요청한 상태다. 정 노무사는 "유치원 측이 일방적으로 퇴직을 신청했다면 사문서위조 행사에 해당할 소지도 있다"며 "일단 관련 자료를 확인한 뒤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유치원 측 변호인은 "유족의 동의가 있었다는 전제로 퇴직 절차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한다"며 "향후 교육지원청과의 협의로 날짜 정정 등을 통해 유족에게 사망 조위금 등이 지급될 수 있도록 조처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 부천시 소재 한 사립유치원에 재직 중이던 A씨는 지난달 14일 B형 독감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독감 판정을 받은 지 18일 만이다. A씨는 지난 1월27일 퇴근 후 방문한 병원에서 B형 독감을 확진 받았고 같은 달 30일까지 업무를 이어갔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1월30일 조퇴 후 다음 날 입원했으며 입원 당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폐 손상 등 합병증으로 결국 사망했다.
유가족은 유치원 측이 A씨에게 선제적으로 휴식을 권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A씨 남자친구는 "독감 판정을 받은 다음 날 목소리와 미각을 잃은 상태였다. 사흘째 되던 날엔 열이 39.8도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A씨 동생도 "아픈 상태로 근무하던 언니는 가족에게 '눈치가 보여 퇴근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도 충분한 휴식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교원단체들은 제도 개선 촉구에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엽합회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0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사가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학교 현장의 단면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교육청 차원의 보결교사 인력풀을 상시 운영하고 보결 전담교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교원의 희생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도 "해당 죽음은 아파도 참고 출근해야 한다는 교육 현실로 인해 발생했다"며 "유치원의 경우 학기 중 병가나 병조퇴는 대체 인력 부족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교육 환경이 한 교사를 안타까운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