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창민 영화감독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집단폭행 현장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김 감독은 아들과 함께 식당을 방문한 상태였다.
지난달 31일 경찰과 유가족 등은 김 감독이 지난해 10월20일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과 새벽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옆 테이블 손님과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던 중 폭행을 당해 뇌출혈로 숨졌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밤 JTBC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충격적인 폭행 장면이 담겼다. 20대 남성 무리는 김 감독을 식당 구석으로 몰아넣고 에워싼 뒤 폭행을 가했다. 영상 속 김 감독은 가해자의 주먹에 얼굴을 맞고 쓰러진 모습이다.
해당 무리는 김 감독을 식당 밖으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가해를 멈추지 않았다. 폭행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옮겨진 김 감독은 뇌사 판정을 받았고 장기기증을 통해 네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김 감독의 폭행 사망 관련 소식이 알려진 뒤 경찰 수사 과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당초 경찰은 가해자 중 한 명만을 특정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반려했다. 이후 재수사를 통해 피의자 한 명을 추가해 영장을 재신청하기까지 무려 넉 달의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이들에 대해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유족 측은 매체를 통해 "부실 수사로 인해 가해자가 버젓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가해자 측은 현재까지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며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김 감독의 여동생은 "(가해자가) 근거리에 10㎞ 미만에 살고 있다"며 "그걸 알고 지내고 있는 저희 입장도 너무 무섭다"고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1985년생 서울 출신 김창민 감독은 2013년 영화 '용의자' 소품 담당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대장 김창수'(2017), '마약왕'(2018), '마녀'(2018), '비와 당신의 이야기'(2021), '소방관'(2024) 등에서 작화팀으로 참여했다.
연출작으로는 2016년 '그 누구의 딸', 2019년 '구의역 3번 출구' 등이 있다. '그 누구의 딸'은 성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딸이 주위의 시선을 피해 이사를 한다'는 내용으로, 2016년 경찰 인권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새 작품 '회신'을 선보이며 최근까지 열정적으로 활동해온 김 감독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영화계 동료들과 대중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