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찾는 거 도와주면 맛있는 거 사줄게요."
지난 9일 오전 동작구 서울대림초등학교 강당. 정세희 강사(35)의 말에 1학년 학생 100여명이 일제히 "안 돼요" "싫어요"를 외쳤다. 일부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정 강사가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를 사주겠다'라며 유혹을 이어갔지만 아이들은 손사래를 치며 뒷걸음질친 뒤 재빨리 몸을 피했다.
이날 서울 동작경찰서는 동작관악교육지원청과 협업해 약취·유인 범죄 예방을 주제로 '찾아가는 체험형 아동안전 역할극'을 진행했다. 낯선 사람의 접근을 실제처럼 재연하고, 아이들이 직접 거절과 대처를 연습해보는 방식이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동작서 SPO(학교전담경찰관)들은 아이들과 함게 '안전해' 원칙부터 외쳤다. 이는 △'안'전한 길로 다니고 △'전'혀 모르는 사람은 피하고 △'해'치는 사람이 있을 때 큰 소리로 "도와주세요"라고 외친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SPO가 짚는 글자들을 큰 목소리로 따라 읽으며 호응했다.
곧 역할극 교육 강사가 등장하자 학생들의 시선이 단숨에 쏠렸다. 정 강사가 "역할극이 뭘까요"라고 묻자 한 학생은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강아지가 되어볼까요, 뿅"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강당은 금세 "멍멍" 소리와 웃음으로 가득찼다. 이어 "오리가 돼보자"라는 말에 아이들은 두 손을 입 앞에 모아 '부리'를 만든 뒤 "꽥꽥" 소리를 냈다.
놀이처럼 시작된 수업은 곧 진지한 상황 훈련으로 넘어갔다. 강사는 '유괴'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손을 든 30여명 중 한 남학생은 "위험한 것"이라고 했고, 뒤이어 한 여학생은 "납치하면서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강사는 "그런 사람들에게 속으면 안 돼요"라고 설명하고 상황을 가정한 'O·X 퀴즈'로 교육을 이어갔다.
본격적인 체험은 보다 생생했다. 정 강사가 "짐이 너무 무거운데 도와줄 수 있나요"라고 묻자 앞에 나선 여학생 2명은 고개를 저었다. 또 "짐을 차에 가져다주면 두쫀쿠 줄게"라며 손짓과 함께 유인을 시도했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외친 뒤 도망쳤다. 누군가 붙잡는 상황에 대비한 연습도 이어졌다. 정 강사는 "어깨와 손목을 확 잡으면 도와달라고 크게 외쳐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역할극이 10여차례 반복되자 학습 효과가 두드러졌다. 학생들은 점차 당당하게 거절하기 시작했고, 그 속도도 빨라졌다. "엄마가 허락했어", "귀여운 고양이 보러 가자" 같은 다양한 유인 시도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한 번은 기자가 직접 나서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았으니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말을 건네봤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거절과 재빠른 도망이었다.
수업을 지켜본 교사들은 체험형 교육의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고기연 대림초 생활안전부장은 "최근 아동 대상 범죄가 지능적으로 고도화된 측면이 있다"며 "저학년 학생들은 말로 듣는 교육보다 직접 해보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어서 이런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진행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서는 오는 14일까지 5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다. 동작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제기된 저학년 대상 체험형 교육 수요를 반영해 기존 학교폭력 예방에 초점을 둔 역할극 주제를 확대했다"며 "이번 역할극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