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 헌법소원 300건 남발'… 헌재, 전자접수 첫 제한

오석진 기자
2026.04.24 09:41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걸린 헌법재판소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1년 간 비슷한 취지의 헌법소원 수백 건을 제기한 청구인에 대해 온라인 접수를 제한했다. 헌재가 남소 방지를 위해 전자접수 규정을 마련한 뒤 처음 이뤄진 조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청구인 A씨와 B씨에 대해 각각 헌법소원 전자접수 시스템 사용을 3개월간 정지시켰다. 전자접수를 제한하는 규정은 2022년 9월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A씨는 "경찰이 불법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감금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만 헌법소원 308건을 냈다. 헌재는 A씨 청구를 모두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그대로 끝내는 것을 말한다.

B씨는 지난 1월~3월 법원 판결과 재심·항고 기각 결정 등에 대해 312건의 헌법소원을 냈다. 마찬가지로 모두 각하됐다.

다만 전자접수 시스템 사용이 제한돼도 청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을 통해 헌법소원을 내는 것은 가능하다. A씨는 전자접수 제한 이후에도 우편으로 헌법소원 2건을 제기했다.

헌재의 '남소 문제'는 심각하다. 실제로 단 9명이 낸 헌법소원이 2022년부터 지난 3월까지 약 5년간 접수된 헌법소원 중 34%(4247건)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헌재는 한 사람이 연간 50건 이상의 헌법소원을 청구할 경우 남소로 분류해 관리한다.

남소가 방치될 경우 통계가 왜곡되고 행정력이 낭비되며, 헌재 심사를 지연시켜 타인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도 제기된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소송 남소 방지와 관련해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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