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 '칠수와 만수', '늙은 도둑 이야기', '거기' 등을 통해 한국 연극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연극연출가 이상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별세했다. 향년 75세.
26일 뉴스1에 따르면 이상우 전 교수는 1980년대 한국 창작극의 황금기를 이끈 연출가이자, 수많은 배우들의 스승으로 알려진다.
1951년 10월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연극 현장에 뛰어들어 극단 연우무대와 차이무 창단 멤버로 활동하며 한국 연극의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데 앞장섰단 평가를 받는다.
극단 연우무대는 1977년 '한국적 연극'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창단했다. 고인은 이곳에서 사회 비판적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였고, 대표작 '칠수와 만수'는 1987년 제23회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고인은 1995년에 극단 차이무를 창단했다. 차이무는 '차원이동무대'의 줄임말로 무거운 연극 문법에서 벗어나 일상의 언어와 해학적 풍자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로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고인의 작품 세계는 '일상성의 미학'으로 요약된다. 그는 저서 '야생연극'에서 연극은 결국 사람 이야기여야 하며, 자연스러움과 배우의 퍼스낼러티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특징은 주요 작품에서도 드러났다. 1989년 초연한 '늙은 도둑 이야기'는 권위주의를 두 도둑의 입담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2002년 선보인 '거기'는 해외 원작을 강원도 사투리로 번안해 일상 언어가 가진 힘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고인은 영화 연출에도 나섰다. 2009년 장편 영화 '작은 연못'을 통해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영상화했다. 이 작품은 당초 다큐멘터리로 기획됐으나 이후 장편 영화로 방향을 바꿔 완성됐다.
연출 교육 현장에서도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길렀다. 문성근, 송강호, 유오성, 문소리, 이성민, 박원상, 최덕문, 전혜진, 김소진 등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한 배우들의 초창기를 함께했다. 극단 차이무는 여러 배우들이 거쳐 간 산실로 자리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은 아내 류종숙 씨와 아들 이일하 씨. 입관은 27일 오전 9시, 발인은 28일 오전 9시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