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부장은 세금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수년 전 야심 차게 사 모은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환상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인 데다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 보너스까지 더해져 표면적인 투자 성과는 매우 뛰어난 상황이다. 입이 귀에 걸릴 만도 하지만 그의 얼굴은 마냥 즐거운 표정만은 아니다. 김 부장은 환율이 높을 때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확정 짓고 싶은데 막대한 세금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환율 구간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셈법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다.
현행 세법상 해외주식 매매로 발생한 양도차익이 연간 250만원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22%(지방소득세 포함)라는 무거운 세금이 부과된다. 서학개미에게 고환율은 달러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하지만, 동시에 매도 시 내야 할 양도차익 세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 된 셈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피하려고 매도를 미루었다가 나중에 환율이 하락세로 꺾일 경우 그간 쌓아 둔 환차익마저 허무하게 증발할 수 있다는 걱정도 공존한다.
서학개미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인 300억달러를 넘는 미국 주식을 사들이면서 달러수요를 폭증시켜 국내 환율 급등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 논란이 있지만 정부는 해외로 빠져나간 막대한 투자 자금을 국내 증시(국장)로 다시 유인하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RIA(Reshoring Investment Account·국내시장 복귀 투자 전용 계좌)'라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RIA 계좌의 핵심 작동 원리는 비교적 명확하다. 투자자가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으로 국내 주식이나 펀드를 매수할 경우 해외주식 매도 시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대폭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다.
'세금을 깎아줄 테니 국장으로 돌아오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이자, 외환시장 안정과 국내 증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이다.
가령 3000만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했을 때 기존 방식대로라면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2%의 세율이 적용돼 약 60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RIA 계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세금이 면제돼 3000만원의 수익을 온전히 손에 쥘 수 있게 될 수 있다.
물론 매력적인 혜택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1인당 매도금액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발생한 양도차익만 세금 감면 혜택이 적용된다. 제도가 시행된 후 해외주식 매도시기가 늦어질수록 감면 폭이 점차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유의해야 하는 점은 또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 받은 혜택을 유지하려면 해외주식 매도 대금을 반드시 원화로 환전해 RIA 계좌 내에서 '최소 1년 이상' 국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RIA 계좌와 다른 계좌를 통해 새로운 해외주식을 매수할 경우 부여받았던 감면 혜택이 축소되거나 취소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RIA 계좌 제도는 정부의 큰 정책 추진 방향만 발표되었을 뿐 구체적인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단계이다. 최종적인 세금 혜택의 규모나 세부 요건이 어떻게 확정될지 정부의 기대대로 서학개미들의 자금이 대거 귀환해 환율 및 국내 증시 안정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학개미들이 RIA 제도를 활용해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며 성공적으로 수익을 실현하고 나아가 환율 상승의 주범이라는 억울한 오해를 벗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