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잡아 올리고 엉덩이 걷어차" 여직원 숨졌는데...직장 상사 "장난"

전형주 기자
2026.04.30 04:50
40대 직장 상사에게 강제추행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던 20대 여성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해자는 강제추행, 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첫 공판에서 "친근한 표현이라고 착각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은 피해자 방유림씨. /사진=JTBC '사건반장'

40대 직장 상사에게 강제추행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던 20대 여성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해자는 강제추행, 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첫 공판에서 "친근한 표현이라고 착각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29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2024년 4월 경기도 한 반도체 부품업체에 기계가공 엔지니어로 입사한 고(故) 방유림씨는 입사 8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방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메모에는 40대 차장 A씨에게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모 내용을 종합하면 괴롭힘은 입사 한달 만에 시작됐다. A씨는 "여자가 왜 목젖이 있냐", "한 손으로 널 들어올릴 수 있을까"라며 방씨의 목을 손으로 움켜쥐고 들어 올렸으며, 뒤에서 무릎으로 방씨의 뒷무릎을 가격했다. 방씨를 넘어뜨려 다리를 다치게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주먹으로 코를 때리고, 팔을 세게 잡는 등 폭력을 저질렀다.

언어폭력도 심각했다. A씨는 방씨에게 "너는 여자로 태어난 것에 감사해야 한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나한테 죽었다"고 욕설을 했다. "중요 부위가 아프다", "네가 회식에 오면 도우미 있는 노래방을 못 간다" 등 성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방씨는 같은 해 10월 직장과 노동청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노동청이 △ 엉덩이를 발로 찬 행위 △ 목을 쥐고 위로 들어 올린 행위 △ 성희롱 등을 괴롭힘으로 인정했지만, 직장에서 완전한 분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방씨는 휴대전화 메모에 "여러 가지 괴롭힘이 있었으나 지금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참고 다니고 있다"고 적어놨다.

/사진=JTBC '사건반장'

방씨는 A씨를 폭행과 강제추행으로 고소했는데, 고소장을 낸 지 두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방씨가 숨지자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종결했다. 다만 고인 휴대전화에서 증거 자료를 확보한 유족이 검찰에 이의를 신청하면서 경찰은 보완 수사 끝에 지난해 6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16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구나영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공소사실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강체추행과 폭행에 이르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을 대신해 고인과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피고인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제추행 혐의의 행위는 거친 근무 환경 속 긴장을 풀어주려는 장난이었고, 뒷무릎을 친 건 흔한 장난"이라고 혐의를 부인하며, "피고인은 동료들이 입을 모아 선처를 구하는 신망 두터운 기술자다. 가족과 동료들이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A씨도 최후진술에서 "고인과 허물없이 지내면서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했고 경솔한 언행을 했다. 그것이 친근한 표현이라고 착각한 제 무지를 자책한다"며 "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비하할 의도를 품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A씨에게 징역 3년 및 취업제한 명령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방씨 어머니는 '사건반장'에 "A씨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다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런데 재판이 끝나고 부르니 도망갔다. 진심으로 뉘우쳤으면 와서 사과를 해야지 도망갈 리 없지 않냐"고 호소했다.

선고 재판은 다음 달 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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