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은 이제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우리의 삶 속에서 중요한 자산관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신탁이 과거에는 금전 투자나 부동산 개발 목적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재산승계를 위한 유언대용신탁과 고령자·미성년자·장애인 등을 위한 재산보호 신탁 등으로 그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또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금융회사뿐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회사는 2010년 유언대용신탁이 도입된 이후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수탁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가족에게 재산을 맡겨 관리하고 승계하는 민사신탁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2026년 4월 치매 고령자의 재산관리를 위한 공공신탁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신탁은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제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신탁이 단순한 계약 또는 재산관리 기능을 넘어 사회적 안전장치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인구구조의 변화가 자산관리와 상속에 있어 '기부'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2025년 기준 전체 가구 중 약 36%가 1인 가구이며,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약 22%가 1인 가구였다. 특히 자녀가 없는 1인 가구의 경우 재산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가 되고 있다. 더불어 자녀가 없는 개인은 유언이나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자기 의사를 보다 명확히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2024년 헌법재판소의 유류분 관련 결정으로 형제·자매의 유류분 권리가 제한되면서다.
기부를 위한 신탁 활용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특정 재산을 신탁에 편입하고 사후에 특정 공익법인을 수익자로 지정하는 유언대용신탁 방식이다. 둘째는 공익목적 수행 자체를 위해 설정되는 공익신탁이다. 전자는 기존 법인을 활용하는 구조인 반면, 후자는 법무부의 인가를 받아 독립적인 공익 목적을 수행하는 신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공익신탁은 2015년 제정된 공익신탁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현재 공익신탁은 활용도와 인식 측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재단 설립 없이도 공익활동을 수행할 수 있고 하나의 신탁계약 안에 다양한 공익 목적을 유연하게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공익신탁은 공시시스템을 통해 운용과 집행의 투명성이 확보되며 세제 혜택까지 부여된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독립유공자 등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 공익신탁의 경우 수혜자의 교육·복지·의료 등 다양한 영역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공익목적별로 설립되는 공익법인 체계와 달리 수혜자 중심의 포괄적인 맞춤형 공익활동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 재단 구조보다 훨씬 유연하고 수혜자 중심의 효율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신탁은 개인의 자산을 보호하고 승계하는 기능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소규모 자산으로 시작해 다수가 참여하는 공익신탁부터, 개인의 다양한 공익 의지를 하나의 구조에 담는 방식까지, 신탁은 앞으로도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제도로 공진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