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제주 4·3사건 보상금, 희생자 양자도 받아야"

오석진 기자
2026.05.01 12:00
헌법재판소 청사/사진=뉴스1

제주 4·3 사건 희생자 형사보상금이 보상청구 당시 상속인에게 귀속되도록 한 4·3사건법 조항은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양자에게도 보상금 수령권을 인정하는 것은 친생자의 상속권 침해가 아니라고 봤다. 양자들 역시 희생자를 애도하고 감정을 공유해왔다는 취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18조의2 제2항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강모씨는 1948년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내란실행죄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쯤 사망했다.

이후 강씨의 부인은 1987년 호주승계를 위해 A씨를 사후양자로 들였다. 사후양자는 호주가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집안을 잇기 위해 양자를 선정하던 옛 민법상 제도다. 1991년 폐지됐지만 그 전에 적법하게 선정된 사후양자는 이후에도 양자의 신분이 유지된다.

사후양자인 A씨는 2020년 강씨에 대한 유죄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21년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친생자인 B씨가 무죄에 따라 형사보상을 청구했고, 사후양자인 A씨도 공동청구인으로 절차에 참가했다.

이때 B씨는 4·3사건법에 따라 친생자와 사후양자가 형사보상청구권을 함께 상속받게 되는 것은 친생자의 상속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해당 특별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내리며 B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제주 4·3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했다.

헌재는 "제주4·3평화재단이 2020년 발간한 '제주4·3사건 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 가운데 남자가 79.1%에 사건 당시 20대 사망자가 41%"라며 "이처럼 직계비속이 없는 희생자가 많아지자 제주도에는 제사봉행·분묘관리를 중시하는 예에 따라 자녀 없이 사망한 희생자의 3촌 또는 5촌 조카를 사후양자로 보내 제사봉행 및 분묘관리를 맡게 하는 관습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사후양자 역시 오랜 기간 스스로를 희생자의 직계비속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감정을 공유하며 지내왔다"며 "희생자의 공헌과 희생을 기리고 그를 추모함으로써 희생자를 사후적으로 예우한 사후양자들에 대해 형사보상청구권에 대한 상속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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