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건네고 공천·인사청탁을 한 혐의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그림이 진품이고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8일 청탁금지법·정치자금법 등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전 검사에 대해 원심을 깨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징역 2년을,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다"면서도 "다만 판결 확정일로부터 각 3년간 재판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23년 1월 김 여사의 오빠 김씨에게 1억4000만원에 달하는 이우환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전달해 공천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초 1심은 그림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보고 김 전 부장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청탁금지법상 그림이 전달된 것이 입증돼도 해당 그림의 가치가 1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바 있다.
재판부는 △녹취록에서 증인이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여사님이 그림을 받고) 엄청 좋아하셨어"라고 말하고, 당시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묘사가 있는 점 △김 전 부장검사가 증인에게 '여사님'의 그림취향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한 점 △김 전 부장검사가 당시 "괜히 여사님이 그림을 찾는다고 소문이 나면 우리만 문제된다"고 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2023년 5월 대통령 관저에 출입하고, 대검찰청 과장으로 발령된 뒤 김 여사와 직접 통화하는 사이였던 것에 비춰볼 때 김 전 부장검사가 직접 김 여사에게 그림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봤다.
다만 해당 그림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의 장모 집에서 다른 물품들과 함께 발견했는데, 재판부는 이에 대해 "그림이 김 여사에게 제공됐다가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자 김진우를 거쳐 장모의 주거지로 옮겨진 것으로 강하게 추단된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해당 그림은 김 여사 오빠의 집에 걸려있었다"며 그림을 김 전 부장검사가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 측은 2023년 1월~10월 사진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 전 부장검사 측 제출만으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해당 그림을 진품이라고 봤다. 2심 재판에선 '진품' 의견을 냈던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측이 특검팀 증인으로, '가품' 의견을 냈던 화랑협회 측이 김 전 검사 측 증인으로 나와 진위여부를 가리는 토론을 한 바 있다. 한국화랑협회는 2심 재판과정에서 이 화백이 쓰지 않는다고 밝혔던 유리조각으로 추정되는 물질들이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그림을 위작이라고 판명했다.
재판부는 "화랑협회가 위작이라고 판단한 근거로 제시된 가루로 추정되는 물질은 정밀한 성분 분석 없이 현미경 감정만으로 판정돼 성분조차 판정되지 않았다"며 "위작사건에서 파편이 주요 근거가 된것은 위작 제작자가 유리파편을 놓았다는 진술에 다른 객관적 증거들이 합쳐져 도출된 결과"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 그림에서 단순 유리로 '추정되는' 입자가 현미경에서 보인다고 해 위작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한국미술품감정센터의 진품 감정 결과에 "현대 미술품 등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감정위원단이 3회 반복 감정 통해 일관된 평을 유지했다"며 "UV촬영 등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신빙성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우환 화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그림 가액이 최소 수천에서 높게는 수억에 이른다"며 "1억4000만원 구매가격은 시가이며, 이례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행위를 구성하는 직무관련성 요소도 인정했다. 통상 대통령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직무관련성은 폭넓게 인정된다. 재판부도 김 전 검사가 대통령의 직무를 의식하고 김 여사에게 이같은 선물을 줬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는 범행 당시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현직 부장검사였다"며 "직무와 관련해 대통령 배우자에게 고가 미술품을 제공해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서도 "초범인 점, 공직자로 성실히 근무한점, 구속기소된 이후 5개월 구금된점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