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에 육아 스트레스를 털어놓은 아내를 두고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이 "잠재적 아동학대범"이라고 주장하며 양육권을 요구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양나래 변호사'에는 현재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인 아내의 사연이 소개됐다.
사연자는 "결혼 생활이 길지 않아 재산 분할할 것도 크지 않고, 성격 차이로 이혼하는 거라 협의이혼도 가능했지만, 자녀 양육권 때문에 소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자녀를 양육 중인 사연자는 사전처분 신청에서도 임시양육자로 지정돼 이대로라면 문제없이 양육권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은 "너의 실체를 다 알아냈다.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으니 양육권을 다 뺏을 거다. 어떻게 아동 학대범이 아이를 키울 수 있냐"고 주장했다.
남편이 증거로 제시한 것은 사연자가 AI와 나눈 대화 내용이었다.
사연자는 "출산 이후 아이가 두 돌이 지난 지금까지 양가 도움이나 육아도우미 없이 홀로 육아를 맡아왔다"며 "산후우울증에 육아 고충을 이해해줄 친구도 없어 AI와 대화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에 "오늘도 아기가 새벽 2~3시까지 엉엉 울었다. 남편은 코 골며 자고 나 혼자 아이를 달래고 있다", "아기가 너무 우니까 내 자식이지만 때리고 싶다", "아기가 태어난 후 내 인생이 너무 힘들어진 것 같다", "아기가 없었다면 난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않을까?" 등의 육아 스트레스를 털어놨다.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표현도 일부 포함됐다고 전했다.
남편은 부부가 공동으로 사용하던 태블릿 PC에서 해당 대화를 확인한 뒤 캡처해 증거로 내놓으며 "너는 잠재적 아동학대범이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에게 아기를 맡기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만하게 아이를 넘겨주겠냐. 아니면 소송에 증거로 제출하고 끝까지 가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사연자는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AI에 정신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인 것이 양육 결격 사유가 돼 양육권을 뺏길까 봐 걱정되고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양나래 변호사는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거나, 자녀에게 유의미하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했다면 (양육권 소송에서) 불리해질 수가 있지만, 열심히 치료하고 개선해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양육에 불리한 사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제가 실제 소송을 진행한다면 '아내가 이 대화를 계속 주고받았다는 것은 남편이 아기가 태어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육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편이 정말 아이를 사랑하고 키우려고 했다면 소송 시점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동안 양육에 참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가 이런 대화를 한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내가 힘들어서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실제 아이에게 위해를 가한 적이 없고 오히려 남편이 아내와 대화하지 않아서 AI와 대화를 나누며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아내는 괜찮아졌고,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그런 대화를 나눴다는 것만으로 양육권이 불리해지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실제 소송 진행할 때 산후우울증을 겪거나 육아 우울증을 겪더라도 병원 치료를 받아서 원만하게 양육권을 확보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양 변호사는 대화 내용의 수위가 중요하다며 "'우울감이 너무 심하다', '아기가 없는 삶이 더 좋지 않았을까?' 정도는 불리할 게 없다. 만약 과격하게 '아이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식의 표현이 포함됐다면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단편적인 증거만 보고 적합한 양육자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사 조사 절차'가 있는 거다. 이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대화를 뺀 나머지 환경이 아이를 위해 잘 형성돼 있고, 건강한 상태에서 아이와 잘 지내고 있다면 양육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