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번째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현장 간호사들이 간호인력 확충과 적정 인력 기준의 법제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선 간호사 개인의 헌신에 기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5·12 국제 간호사의 날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에게 더 좋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 간호인력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충북·강원·대구·울산 등 전국 각지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55번째 국제 간호사의 날은 간호사들의 사회 공헌과 헌신을 기억하는 날"이라면서도 "현장 간호사들은 헌신과 소명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병원과 정부에 △간호인력 법제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 △병원노동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여건 마련 등을 요구했다.
상급종합병원 기준 한국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는 1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의 2배 수준이다. 규모가 작은 병원이나 요양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당 환자 50명을 담당하기도 한다.
김영희 의료연대본부 수석부본부장은 "간호사 1명당 적정 환자 수를 4명으로 법제화한 호주 빅토리아주 병원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일반 병동뿐 아니라 응급실 현장도 분주하지 않았고 간호사들의 얼굴도 평온했다"며 간호인력 법제화를 촉구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면허를 가진 간호사의 50%만 현장에서 일하고, 1년 미만 신규 간호사의 40%가 일을 그만두는 상황"이라며 "지나친 노동강도와 불규칙한 노동시간, 낮은 임금 등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호사가 간호부터 간병까지 담당하는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우순희 행동하는 간호사회 대표는 "현재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는 간호인력 부족으로 중증 환자는 이용할 수 없고 대형병원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간호인력 확보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대병원의 간호 인력 운영 실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6년 차 서울대병원 응급실 간호사인 이희승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조직부장은 "서울대병원은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내과계중환자실 간호사를 심폐기계중환자실에 배치하거나 내과 병동에 외과 환자를 받는 등 진료과 구분 없이 입원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은 간호사를 0.5명, 0.3명으로 쪼개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력 데이터의 소수점을 무시한 채 인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데이터로 판단한 '효율'이 현장에서는 환자 안전의 구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