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부암동 환기미술관 담장 옆 100년 이상 된 은행나무에 미술관 관계자가 제초제를 주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환경연합과 부암동 주민들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환기미술관이 수령 1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술관 담벼락 옆 은행나무에 수십 일간 제초제를 주입해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전 9시쯤 녹색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 2인이 은행나무에 드릴로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주입했다. 당시 이들이 나무에 뚫은 구멍의 깊이는 약 13cm였다고 한다.
이날 채널A가 공개한 CC(폐쇄회로)TV 영상에는 녹색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 2명이 은행나무 아래쪽에 구멍을 뚫어 제초제를 주입하는 모습이 담겼다.
우종영 나무의사는 "제초제 피해는 금방 알 수 있는 게 잎끝이 노랗게 돼서 오그라든다. 저 위 60% 이상은 완전히 죽었다"며 "제초제 피해를 본 나무는 발견하자마자 대량의 물을 주입해서 희석해야 하는데 일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미술관 측은 지난해 은행나무 뿌리 때문에 담장에 균열이 생겼다며 구청에 조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청은 은행나무와 상관이 없다고 보고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관은 경찰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주민들이 항의하자 제초제 주사를 인정했다. 미술관 측은 "현 상황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100년 200년을 살아왔던 나무를 독살했는데 수사를 하거나 살릴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사유지라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지금 도시 나무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