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에서 유명 가수 섭외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이 학생회는 기업 협찬을 구하느라 분주해졌다. 한정된 예산으로 섭외비와 무대 설치비를 감당해야 하다 보니 외부 후원 없이는 축제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기대를 맞추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축제 기간 캠퍼스가 기업 홍보 부스와 브랜드 행사로 채워지며 대학 축제의 상업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지난 27일 봄 축제가 막을 올린 서울 한양대 캠퍼스에는 기업 홍보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다. 입장권을 배부하는 장소 옆에서는 'GD(지드래곤) 맥주'로 입소문을 탄 데이지에일 부스가 학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부스 관계자가 "신분증만 확인되면 바로 받아갈 수 있다"고 안내하자 학생들은 줄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캠퍼스에 홍보 부스를 차린 기업들은 총학생회가 축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유치한 협찬사들이 대부분이다. 기업 협찬금은 축제에 참여하는 연예인 섭외 비용에 쓰인다. 기업은 체험 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다른 대학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총학생회 관계자들은 연예인 공연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가 큰 만큼 유명 가수를 섭외하기 위해 기업 협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축제 시즌이면 대학별 라인업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며 '어느 학교가 더 화려한가'가 화제가 되는 상황을 학생회가 외면하기 어렵다.
서울 소재 A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기업 협찬을 유치하기 위해 400~500개의 메일을 보내면 15개 안팎의 협찬사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렇게 확보한 협찬비 중 80% 정도를 연예인 섭외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 라인업이 학우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어 섭외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B대학 총학생회 간부도 "연예인 섭외 경쟁이 점점 심해지다 보니 부담이 확실히 있다"며 "학생들 기대가 크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전체 축제 예산 3억원 가운데 약 2억원을 기업 협찬비로 충당하고 있다"며 "축제 공식 SNS에 링크를 올려 협찬사를 모집하고 기업에 직접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과 기업 홍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본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학과 공연과 동아리 무대, 학생 주점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유명 가수 공연과 기업 협찬 부스가 축제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모씨(26)는 "확실히 기업 부스가 눈길이 더 가고 살펴보게 된다"면서도 "학생들 부스는 뒷전으로 밀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기대하는 연예인 공연을 없애기는 어렵다"면서도 "축제 기간 일부를 동아리 부스처럼 학생 중심 프로그램에 할애해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도 제품 홍보에 그치기보다 학생들의 역량과 창의성을 끌어내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향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