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주민번호 주면 마약 더" 6명 숨졌다…본분 잃은 의사 구속 기소

정진솔 기자
2026.05.31 18:31
의사 A의 주거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프로포폴 투약기구 사진./사진=서울중앙지

서울 강남구에서 피부시술의원을 운영하며 5년간 총 18만ml에 달하는 프로포폴을 4700회에 걸쳐 중독자들에게 투약해준 의사 A씨가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소창범) 의료용 마약 전문수사팀은 50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31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의원 실장 등 병원 직원 6명과 프로포폴 투약자 5명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사회 복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 중독자 21명은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에 따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A씨는 2020년 11월부터 5년간 4700회에 걸쳐 32명에게 총 18만ml에 달하는 프로포폴을 투약해 준 혐의를 받는다. A씨에게 프로포폴을 맞은 중독자 중 6명은 우울증이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회당 3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유흥업소 종사자, 사업가 등 투약자를 유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의 감시를 피하고자 중독자들에게 "가족이나 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오면 프로포폴을 더 많이 투약해 주겠다"고 제안해 많게는 하루 10회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해 주는 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심지어 외국인 명단까지 사들여 2000여명에 이르는 외국인 명의로 중독자에게 프로포폴을 무분별하게 투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피부 관리사에게 프로포폴 투약을 맡긴 사실도 확인했다. A씨가 범행 수익으로 고가 명품을 다수 구매하고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 생활을 한 정황도 포착해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국가가 부여한 마약류 취급 권한을 악용했다"며 "수십억원에 이르는 범죄수익을 철저히 추징하고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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