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성인 웹화보 제작사가 경영진의 성범죄를 공론화한 전 소속 모델 등을 상대로 10억원대 위약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현직 대표들의 형사 재판 항소심이 진행중인 가운데 거액의 민사소송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압박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6-1민사부는 지난달 21일 성인 웹화보 제작사 아트그라비아가 전 소속 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A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10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 항소심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7월9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이번 소송은 A씨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당시 대표 장모씨 등의 성범죄 의혹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아트그라비아 측은 A씨의 폭로 방송으로 회사의 매출이 감소하고 대외 이미지가 훼손돼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2024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A씨와 계약 해지 과정에서 작성된 '비밀유지 합의서'를 근거로 내세웠다. 해당 합의서에는 양측이 공적·사적 대화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고 서로의 수익활동을 방해·위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해 피해를 입힐 경우 위약벌로 10억원을 배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A씨 측은 성범죄 폭로는 공익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합의서 조항 자체가 장씨의 성범죄를 은닉하려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주장이다.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의 법률행위는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법 제15민사부는 지난해 9월 "A씨의 행위는 원고의 수익활동을 방해하거나 위해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폭로한 대상은 회사가 아닌 장씨 개인의 성범죄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비밀유지 의무 역시 장씨의 성범죄 사실까지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합의서 작성 당시 양측이 장씨의 성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 측은 거액의 민사소송 자체가 피해자들에 대한 압박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전현직 대표는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장씨의 성착취물 관련 혐의와 무고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현 대표 이모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당시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장씨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허위고소에도 적극 가담했다"며 "피해자들을 압박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SNS 등을 추적관찰하며 음해하고 괴롭히기 위한 비방자료 등을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A씨와 일부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전인규 법무법인 정솔 파트너변호사는 "민사소송까지 동원한 것은 피해자 측에 경제적·심리적 고통을 줘 스스로 사건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판 판결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