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선관위 탄핵까지 이어지나

이혜수 기자
2026.06.04 15:19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일에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4일 새벽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민 등이 모여 있다./사진=뉴스1

6·3 지방선거 일부 지역구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중단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탄핵 사유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4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전날 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선거 공정성이 보장이 안 되면 독재"라며 "중앙선관위원 전원(위원장 포함 9명)을 탄핵할 사안"이라면서 직접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헌법 제65조에 따라 선관위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탄핵심판은 선거·당선무효 소송과는 별개로, 헌법 제65조에 명시된 공무원들이 헌법·법률을 위배한 때 그 직을 파면할지 여부를 정하는 절차다. 현재까지 한국 역사상 선관위원이 탄핵소추된 적은 없다.

실제 법조계 일각에선 선관위원들이 탄핵심판을 받아야 할 사안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선관위는 헌법 제114조에 따라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선관위가 이번 선거에서 헌법에서 정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서울의 한 헌법학 교수는 "투표용지를 부족하게 준비해 결국 유권자들이 선거를 못하게 방해한 것"이라며 "헌법에서 정한 '선거의 공정한 권리'를 보전하지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탄핵심판이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유권자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선거가 지연되면서 출구조사 발표 이후에 투표하게 됐다"며 "이는 정보의 차이가 발생하는 등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황도수 변호사는 "선관위의 존재 이유는 공정한 선거를 위한 것인데 이번 사태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단 걸 보여준다"며 "선관위의 고의 없는 과실이라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주권을 침해 당했기 때문에 탄핵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탄핵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선관위원들의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있어선 안 되는 실수이긴 하지만 헌법·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심판을 위한 최소한 소명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선관위원들이 일부러 투표용지 인쇄를 적게 하라고 지시하게 하거나, 투표를 못 하게 했다거나 하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탄핵심판이 어려운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원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의 발의와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으로 최종 확정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탄핵소추안은 야당 의원들의 정치적 활동의 일환으로 발의할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 국회 구성 상황상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 가결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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