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부 기밀 자료를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2심 첫 공판에서 유출한 내용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9일 오전 안 전 부사장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부정경쟁방지법 등으로 함께 기소된 이동호 전 삼성디스플레이 출원그룹장과 삼성전자 IP센터 전 직원 등 5명에 대한 재판도 함께 진행됐다.
안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말하는 영업비밀의 요건을 갖췄는지가 쟁점"이라며 "다음 기일 전까지 (유출한 내용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밝히고 그에 대한 증거 신청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부사장 측은 적용된 혐의와 관련된 판례와 보고서 등을 제출하고, 증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함께 기소된 이 전 그룹장도 유출된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툴 예정이다. 이 전 그룹장 측은 "1심에서도 많이 다투고 고심했는데 영업비밀인지 여부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다"며 "항소심에서 협회 등 전문가로부터 영업비밀인지 감정 의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그룹장은 삼성디스플레이 내부 정보를 넘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약 5억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측과 검찰 측의 항소이유서와 그 외 서면 등을 살펴본 뒤 "다음 기일 전까지 필요한 모든 증거신청 절차를 마치겠다"고 했다.
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 IP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지내며 10년 동안 특허 방어 업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안 전 부사장은 2019년 삼성전자 IP 센터장 퇴직 후 특허관리기업(NPE) '시너지 IP'를 설립했다. NPE는 별도 생산 시설 없이 보유한 특허권을 행사 및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안 전 부사장은 전 삼성전자 IP 센터 직원 이모씨로부터 내부 기밀자료인 특허 분석 정보를 건네받아 이를 시너지 IP와 삼성전자 간의 특허침해 소송에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안 전 부사장은 미국 음향기기 업체인 '테키야'를 대리해 삼성전자와 특허 관련 라이선스를 협상하던 중, 이씨가 빼돌린 테키야 특허 관련 현안 보고서를 받았다.
안 전 부사장은 이를 이용해 2021년 11월 삼성전자가 오디오 녹음장치 특허 등을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9000만달러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안 전 부사장이 부당하게 자료를 빼돌려 소송에 이용했단 점을 지적하며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부사장에 대해 "현안 보고서 내용은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수개월 분석 끝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 있다"며 "상대방이 해당 내용을 얻을 경우 협상이나 소송에서 삼성전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는 정보가 될 수 있어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삼성전자 내부 특허 시스템 보안 사항 등을 고려하면 영업비밀로서의 모든 요건을 갖췄다"며 영업비밀 누설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7일 오전 10시30분 안 전 부사장 등 피고인들에 대한 심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