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99억원 상당의 주식 투자 사기를 벌인 해외 거점 투자사기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캄보디아 한 호텔에 거점을 두고 'AI 추천 종목'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혐의를 받는 조직원 10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이 가운데 9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피의자들은 20~50대 한국인으로 조사됐다. 중국인 총책은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뒤 본국으로 추방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4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투자자 59명을 상대로 투자사기를 벌여 99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 중엔 의사와 세무사 등 전문직도 포함돼 있었다.
조직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에 거점을 두고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이들은 실제 주식 전문가들의 유튜브 영상 댓글에 '전문가 상담 URL 주소'라고 적힌 네이버 밴드 링크를 게시해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이후 'AI 추천 종목을 매수하면 600%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입금받았다. 피해자들에게는 실제 증권사 앱과 유사하게 제작한 가짜 투자 앱을 설치하도록 한 뒤 허위 수익률과 거래 내역을 보여주며 추가 투자를 유도했다.
조직 내부 역할도 체계적으로 나눴다. 이른바 '바람잡이' 역할 조직원은 고급 식당과 명품 소비 사진 등을 단체 채팅방에 올리며 투자 열기를 부추겼다. '번역가' 조직원은 중국어로 작성된 범행 시나리오를 한국어로 옮겼다. 조직은 피해자 반응에 따라 시나리오를 수정하며 범행 수법을 고도화했다.
범행 대가도 적지 않았다. '번역가'는 월 8000달러를, '비서'와 '바람잡이' 역할 조직원은 월 1만~1만4000달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조직원은 지역 선후배 소개나 인터넷 부업 광고를 통해 캄보디아로 건너가 범행에 가담했다. 총책은 한국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조직원 대부분을 한국인으로 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검거는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와 캄보디아 수사당국의 공조로 이뤄졌다. 현지 경찰은 지난 2월 시아누크빌 소재 호텔을 급습해 한국인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이후 경찰은 국내 송환 절차를 거쳐 이들을 잇따라 구속했다. 범죄수익금 2억7300만원에 대한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도 마쳤다.
경찰은 현지에 남아 있는 콜센터 조직원 1명에 대한 송환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추가 범행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투자 권유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 관련 단체 채팅방이나 밴드 가입에 주의하고, 설치를 요구하는 투자 앱은 반드시 실제 증권사 앱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투자자문 업체의 경우 금융당국 등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