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집 전세 연장해 줬는데..."상속 빚 다 갚아라" 소송 날벼락

류원혜 기자
2026.06.12 10:04
부동산 임대업을 하던 아버지가 남긴 빚이 재산보다 많아 상속 재산 내에서만 채무를 부담하는 '한정 승인'을 신청한 뒤 세입자 임대차계약을 연장했다가 소송에 휘말린 사연이 전해졌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부동산 임대업을 하던 아버지의 빚이 재산보다 많아 '한정 승인'을 신청한 상속인이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을 연장했다가 "채무 전부를 떠안아야 한다"는 소송에 휘말린 사연이 전해졌다.

1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사연자 A씨는 최근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재산을 정리하던 중 빚이 재산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아버지는 건물 여러 채를 보유한 임대업자였다. 그러나 공실이 늘면서 경영난을 겪었고, 기존 대출을 막기 위해 추가 대출받거나 세입자 보증금으로 자금을 돌려막는 상황이 이어졌다.

아버지 사망 후 A씨 가족은 세입자 보증금과 금융권 대출, 개인 채무, 세금 등을 확인한 결과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어머니와 동생 등 가족들은 가정법원에 한정 승인을 신청했다. 한정 승인은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 범위 안에서만 채무를 부담하는 제도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아버지 소유 건물에 전세로 거주하던 세입자가 계약 만기를 앞두고 전세자금대출 연장을 위해 새로운 계약서 작성을 요청한 것이다.

A씨는 기존 계약 조건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임대인 명의만 아버지에서 가족으로 변경하고 계약 기간만 2년 연장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후 일부 채권자들은 새 계약서를 근거로 "상속인이 사실상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승인한 것"이라며 채무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계약서를 다시 써준 것뿐인데 아버지 빚을 모두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법적 판단을 구했다.

답변에 나선 우진서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빚이 재산보다 많을 경우 상속인은 한정 승인이나 상속 포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속 포기는 재산과 채무를 모두 승계하지 않는 것이고, 한정 승인은 상속 재산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부담하는 제도"라며 "두 제도 모두 상속 개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정 승인 이후 상속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법정 단순 승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상속 재산 매도나 담보 제공, 예금 인출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긴급 보수나 임대 관리처럼 재산의 현상 유지와 가치 보전을 위한 행위는 관리 행위로 본다"며 "A씨 사례처럼 기존 조건을 유지한 채 임대차계약을 연장한 것은 처분이 아니라 관리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