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망 이후 '안식년·소원수리' 대책 나왔지만 "실효성 없다" 지적도

이혜수 기자
2026.06.15 17:13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심을 맡은 신종오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55·사법연수원 27기)가 지난 5월6일 오전 1시 경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의 모습/사진=뉴스1

서울고법 소속 법관이 숨진 이유로 과중한 재판 업무 등이 지목된 이후 발족된 '업무부담 경감 태스크포스'(TF)가 최근 법관 소원수리 및 안식년 부여 등의 대책을 마련하자는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판사들 사이에서 실현이 불가능한 대책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업무부담 경감 TF는 소속 법관들 업무의 과중함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TF는 최근 회의를 열고 서울고법 판사들에게 안식년·안식월을 부여하는 것과 고충 소원수리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 등을 논의했다. 이 밖에 숨진 법관이 소속됐던 재판부 법관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상담 제공과 재판연구관 증원 등도 대책으로 제시됐다.

안식년(월)을 부여하는 방안은 상당 부분 구체적인 논의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판사 임용 후 10년을 마치고 재연임 됐을 때 단기 사법 연수 기회를 주는 것과는 별개로, 형사합의부 등 업무 강도가 높은 재판부에서 장기간 근무했을 경우 휴식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에서 한 명이 안식년(월)을 가지면 다른 법관이 그 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서울고법 판사끼리 '품앗이'를 하는 방식이다.

서로 돌아가며 업무를 공동 부담하면 물리적으로 안식년(월)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식년(월)에 들어간 법관을 대신해 다른 법관들의 업무가 늘어나는 만큼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이 많다.

한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근본적으로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선 판사를 더 뽑는 수밖에 없다"며 "10명이 안식년을 가려면 결국 10명의 사람이 늘어야 하고, 인건비 충당을 위해 결국은 예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기간 합의 재판부를 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라며 "지방법원 등에 비재판 보직에 서울고법 판사들이 갈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식년(월) 같은 장기휴가 제도를 서울고법 법관들에게만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었다. 또다른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에 요청해볼 순 있겠지만 대부분 공무원이 안식년이 없다"며 "정부에서는 휴식기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예산을 할애해서 월급을 줘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상당한 설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법관들이 휴가가 없어서 못 쓰는 게 아니고 있는 휴가도 업무 처리 때문에 못 쓰는 상황"이라며 "장기 재직 휴가 개념으로 1년씩 쉬게 해주려면 형평성 문제로 인해 서울고법뿐 아니라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전국 단위로 운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국립대 교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공무원 직군은 장기 재직 휴가 제도가 부재한 상태다.

법관들의 소원을 수리해 고충을 처리하겠단 방안도 주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익명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이상 업무에 대한 고충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심리 상담 역시 마찬가지"라며 "강제로 시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TF에서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일을 추진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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