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직 전 국회의원과 전직 임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방해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청탁받은 지원자를 추천하거나 합격시키도록 한 행위는 부적절하지만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려면 인사 담당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압박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5일 업무방해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의원과 최종구·김유상 전 이스타항공 대표의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원과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최 전 대표의 일부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단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위력에 해당하는 구체적 언동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방해죄의 위력 및 방해, 뇌물공여죄의 성립, 공동정범, 항소심의 성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2015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객실 인턴 승무원, 신입 부기장, 일반직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 명단을 인사팀에 전달하고 합격을 지시해 회사와 인사 담당자의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이스타항공의 실질적인 최고 의사결정권자였고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 영향력도 있었던 만큼 그의 지시가 인사 담당자들에게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압박이었다고 봤다. 회사 대표와 임원들이 인사팀에 청탁 대상자를 전달한 행위 자체가 공정한 채용 절차를 무너뜨렸다는 취지다.
1심은 검찰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1심은 일부 객실 승무원 서류전형 부분을 제외하고 이 전 의원 등의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의원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최 전 대표에게는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 전 대표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2심은 이 전 의원과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 전 대표는 유죄가 인정됐지만 형량이 징역형 집행유예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줄었다. 2심은 이 전 의원 등이 청탁받은 지원자를 추천하거나 채용 과정에 반영하도록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 업무방해죄의 위력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은 "명시적으로 위력 행사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채용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말이나 행동했다거나 실제로 불이익을 가했다고 볼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이 인사담당자들의 업무가 종료되기 전 지원자들에 대한 평가 점수를 조작하거나 순위 변경을 지시·강요한 사실이 없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은 특히 인사 담당자들이 이 전 의원에게 직접 채용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지 않은 점,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이나 행동이 확인되지 않은 점, 회사 안에 사내 추천제도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한편 이 전 의원은 앞서 이스타항공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23년 4월 징역 6년을 확정받고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또 저가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