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견디면 사람됩니다, 행복 육아!"...초보엄마 울린 '이웃 손편지'

남형도 기자
2026.06.26 16:56

이웃에 피해될까 먼저 양해 구한 엄마, 화답하듯 "1도 걱정 말라"며 쏟아진 응원의 마음들

분명 아기 울음 때문에 불편할 거라 생각해 이웃들에 인사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따뜻한 응원가 위로가 돌아왔다. 초보 엄마는 그 마음이 따숩고 고마워 울었다고 했다./사진=마미 해리님(인스타그램 @mommy.haeri)

지난해 가을, 축복 같은 아기가 태어났다. 세상에 갓 나왔기에 밤낮 없이 울었다. 늦은 밤과 새벽엔 더 걱정이 됐다. 행여나 이웃들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서였다.

초보 엄마 해리씨는 "매일매일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우는 아기를 달래는 것도 벅찬데, 이웃 눈치까지 살펴야 해서였다.

죄송하고 위축되는 마음이 커져갔다.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라 층간소음에 취약하단 걸 알아서 더 그랬다.

"화장실에서 이웃집 소리가 조금씩 타고 올 때가 있었거든요. 우리 애기가 우는 소리가 너무 커서, 무조건 피해가 갈 것 같더라고요. 새벽에 그러면 자다 깨실 수 있잖아요. 다음날까지 힘드실 수 있고요."

이를 상상하며 고민이 커졌다. 그러다 해리씨는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맘 먹었다.

"울음 들릴까 마음 쓰여서" 윗집, 아랫집, 옆집에 손편지·선물 전해
해리씨가 이웃들에게 쓴 손편지. 행여 불편을 끼쳤을까 염려하며 죄송해하는 마음이 정갈한 손글씨에 꾹꾹 잘 담겼다./사진=마미 해리님(인스타그램 @mommy.haeri)

작은 손편지와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육아로도 힘겨운 시기에 부지런히 틈을 내었다.

파란 하늘 배경에 분홍 꽃이 핀 메모지에 또박또박 적었다.

"안녕하세요, 지난 10월 저희 집에 선물처럼 아기 천사가 찾아왔습니다. 초보 엄마 아빠라 서툰 부분이 많아 밤낮없이 우는 아기를 달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호두과자 선물과 함께 이리 전했다./사진=마미 해리님(인스타그램 @mommy.haeri)

이웃 분들께 피해가 갈까 맘이 쓰였다고, 그래서 먼저 인사 드린다고.

많이 시끄럽겠지만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히 잘 키우겠다고 썼다. 따뜻한 연말 보내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호두과자 선물을 사서 손편지를 붙였다. 아랫집, 옆집, 윗집을 다니며 문에 걸어두었다.

"밤낮없이 울 수밖에, 1도 걱정 말아요" 이웃들 손편지에 울었다
아기 울음소리를 걱정하는 엄마 아빠에게, 이웃들은 뭉클한 손편지와 선물로 화답했다./사진=마미 해리님(인스타그램 @mommy.haeri)

이튿날부터 집 현관문 고리에, 이웃들 손편지와 선물이 걸리기 시작했다.

과일을 건넨 이는 이리 남겼다.

"소음 걱정 마시고 행복한 육아하세요. 100일만 견디면 사람 됩니다. 사춘기 자녀 2명과 전쟁이라 저희가 더 시끄러워요."

카페서 선물을 사온 이는 이렇게 적었다.

"행여 뛰는 소리가 들리면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게요.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길 바래요. 메리크리스마스."

뛰는 소리가 들리면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구나 생각한다고. 이런 마음만 가득한 세상이라면./사진=마미 해리님(인스타그램 @mommy.haeri)

짙은 위로와 응원들. 아기는 밤낮 없이 울 수밖에 없단 것, 누구보다 잘 아니 1도 걱정하지 말라고.

해리씨는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라 읽으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아기 보며 힘들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단다. 진짜 큰 위로였고 치유였다고.

이웃집 아이가 아기에게, 토끼 편지지에 글을 남겼다./사진=마미 해리님(인스타그램 @mommy.haeri)

층간소음으로 이웃간 갈등 소식만 많은 와중에 단비 같은 이야기. 해리씨도 이리 전했다.

"갈등이 생기기 전에 먼저 마음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아기 울음 때문에 눈치 보는 초보 엄마 아빠도 홀로 너무 미안해하지 만은 않았으면 싶어요. 한국인의 정은 여전하고, 아직 세상은 따뜻합니다."

아이가 아기에게. 귀엽다./사진=마미 해리님(인스타그램 @mommy.ha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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