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에 바칠 돈 가져와"...무속인 행세 '가스라이팅', 66억 뜯었다

박진호 기자
2026.07.03 14:20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최문혁 기자.

가상의 무속인을 내세워 피해자 회사로부터 수십억원을 횡령한 부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노유경)는 3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 장모씨와 40대 남성 심모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들이 내세운 '회삿돈인지, 횡령인지 몰랐다'는 등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가상 무속인을 내세워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66억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도록 했다"며 "범행 경위와 수단 등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태도 등을 고려했을 때 진정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부부 사이였던 장씨와 심씨는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피해자와 그의 전남편 김모씨에게 용한 무속인을 안다며 접근한 뒤, 2019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심리적 지배를 통해 회사 자금 약 66억원을 횡령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씨는 '조말례'라는 이름의 해당 무속인으로부터 "제단에 바칠 돈이 필요하니 회사에서 돈을 가져오라"는 등의 지시를 받고 회삿돈 65억8700만원을 횡령해 바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수사 결과 무속인 조말례는 장씨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로 드러났다. 실제로는 장씨가 무속인 행세를 하며 꾸며낸 자작극이었다.

앞서 김씨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장씨와 심씨의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공갈 등 혐의 선고기일은 오는 14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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