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오는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가운데, 공급망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협력사들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카메라 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부품구매실 산하 로보틱스SCM(공급망관리)전략팀은 삼성전자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복수의 기업에 협조 요청서를 보냈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요 카메라모듈 벤더로는 엠씨넥스(19,290원 ▲530 +2.83%), 나무가, 캠시스(771원 ▲10 +1.31%), 코아시아씨엠 등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요구한 구체적인 부품 사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눈(머리)'이 아닌 팔, 다리, 무릎, 허리 등 관절 및 신체 부위에 탑재될 초소형 카메라모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마트폰 교체 수요 정체로 고심하던 카메라모듈사 입장에서는 로보틱스라는 신규 수요처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의 머리와 팔·다리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 공급처가 갈리는 배경은 부위별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머리 카메라모듈은 라이다(LiDAR)·레이더 등 다른 센서와 함께 로봇 전체의 공간 인식과 이동 경로 판단을 담당한다. 실제 LG이노텍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반면 팔·다리 카메라모듈은 라이다 없이 오직 카메라만으로 초근접 물체를 인식해야 한다. 로봇 한 대에 탑재되는 수량도 머리보다 많아 '초소형·저비용 카메라모듈을 균일한 품질로 찍어내는 양산성'이 성패를 가른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온종일 충격과 진동, 온도 변화에 직접 노출된 채 구동하기 때문에 제품 편차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율을 유지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사 검토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단순 기술력이나 생산공장 실사 결과보다 글로벌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대량 공급하며 양산 성과와 품질 안정성을 검증받아온 업체들에게 현대차그룹이 공급 요청을 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카메라모듈 업체들 역시 로봇 시장 진입을 준비해왔다. 엠씨넥스는 플래시 라이다 기반 광학 모듈 기술을 확보한 데 이어, 스마트폰 액추에이터 정밀 구동 역량을 활용해 로봇 관절용 감속기 개발까지 영역을 넓혔다. 캠시스는 드론을 비롯해 와인셀러, 로봇청소기 등 가전용 카메라모듈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또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전문인력을 영입해 별도 개발팀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무가 역시 최근 글로벌 기업의 3D 센싱 모듈 공급사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최근 고가의 하드웨어 센서 대신 카메라와 비전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주변을 인식하는 설계 트렌드도 카메라모듈 업계에는 긍정적이다. 로봇 업계는 가격이 비싼 라이다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카메라 영상과 AI 신경망 연산으로 사물과의 거리 및 위치를 추론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센서 축소에 따른 공백을 시각 데이터로 메워야 하는 만큼 로봇당 카메라모듈 탑재 수는 늘어날 수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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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FPCB(연성인쇄회로기판) 업체들이 스마트폰에서 자동차, 로봇으로 영역을 넓히며 주가 재평가를 받았던 흐름이 카메라모듈 업계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비에이치는 로봇 관절용 FPCB 수요 확대가 전망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벤더에 머물던 국내 광학기업들이 미래 핵심산업인 로봇 공급망의 주축으로 진입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면서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로봇 관절 및 제어 부문의 핵심 파트너로 지위가 격상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