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이 재산의 대부분인 사람이 이혼을 할 때 대상분할(현금분할)을 강제하면 '실질적 형평'이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법무법인 광장의 가사상속분쟁팀장을 맡고 있는 배현미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최근 한 이혼사건을 맡아 비상장주식을 분할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구체적 법리를 처음으로 밝힌 대법원 판례를 이끌어냈다.
기존에는 비상장주식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정해지면 분할비율에 따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이 우선 쓰였다. 이혼으로 생계 곤란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재산분할이 필요한데 비상장주식은 처분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상분할이 실질적 형평을 해하는 경우에는 현물을 분할하는 등 다양한 분할 방법을 혼용해도 된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가 대리한 사건에서 한 스타트업 창업자 A씨의 분할 대상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주식이었다. A씨 배우자는 현금으로 받는 대상분할을 원했고 A씨는 주식 자체를 나누는 현물분할을 주장했다. 1·2심은 통상 비상장주식은 대상분할을 한다는 판례에 따라 비상장주식을 모두 A씨가 갖되 배우자 기여분인 약 1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배 변호사는 "대상분할하면 당장 막대한 현금을 마련을 해야 한다"며 "개인의 이혼을 위해 법인 자산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없으니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사실상 경영권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회사 직원·경영자의 노력을 다 무의미하게 만들고 회사의 존속·향후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배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재산분할의 방법이 자산의 유형에 따라서만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질적인 형평을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특히 2심에서 '비상장주식을 현물로 분할한 판례가 없다'며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린 만큼 대법원을 설득할 수 밖에 없었다.
배 변호사는 "결국 한쪽에만 재산 처분 비용이 강제되는 탓에 법원이 지정한 기여도가 사실상 왜곡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현상이 생긴다는 점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비상장주식은 공개시장에서 자유로운 가격 형성이 어렵고 소수지분의 환가가 어려울 수 있어 가급적 대상분할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면서도 "회사의 처분을 강제하거나 재산처분에 따른 부담과 비용을 일방에게만 부담시키는 등 대상분할만을 명하는 것이 '실질적 형평을 해하는 경우'에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비상장주식을 무조건 대상분할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배 변호사는 "이혼할 때 자산의 유형이 아닌, 실질적 형평을 따져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는 법리가 명시된 데 의의가 있는 판결이었다"며 "앞으로 이 기준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하급심의 판결도 누적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향후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당사자는 먼저 현물·현금 분할 중 어떤 방법이 본인에게 유리할지 따진 뒤 그에 맞게 근거를 준비해야 한다"며 "분할받는 사람도 처분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실제 형평에 반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등 자산의 유형뿐 아니라 '실질 형평'이라는 기준에 맞춰 다양한 분쟁의 양상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