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를 거점으로 거래금액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총책급 피의자 2명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다.
법무부는 4일 범정부 합동 초국가 범죄 특별 대응 TF(국제형사과장 이지연·사법연수원 37기)가 5조3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총책급 피의자 2명을 UAE 당국과의 공조로 현지에서 검거해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4조80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범죄수익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2014년 해외로 도주한 뒤 필리핀·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지에서 수사망을 피해 숨었던 A씨는 12년 만에 UAE에서 검거됐다.
A씨는 도박사이트 운영 과정에서 660억원 규모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마약 제공·투약, 성매매 혐의로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수사당국은 2018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사망 사건과 A씨와의 관련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함께 송환된 피의자 B씨는 국내 조직원을 두고 중·고등학생들을 불법 도박 영업에 동원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당국은 B씨가 경제 관념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을 이른바 '총판'으로 끌어들여 5000억원 규모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판은 불법 도박사이트에 회원을 끌어들이고 수수료 등을 받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B씨가 청소년을 단순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 조직의 영업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검거와 송환은 △외교부 △법무부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경찰청 △관세청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한 범정부 합동 TF의 국제공조 결과라고 설명했다. TF는 장기간 피의자들의 소재를 추적하고 범죄수익과 공범 관계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분석해왔다.
특히 이번 송환은 최근 중동 지역 정세 악화로 우리 국적 항공사의 현지 운항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UAE 당국은 피의자들을 국내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하기 위해 현지 항공사를 활용한 송환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이번 사례는 최근 국내에서 적발된 도박 범죄 피의자의 절반 가까이가 청소년과 20·30 세대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이버도박 범죄의 불법성과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며 "해외로 도피하더라도 정부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검거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강력한 의지와 국제공조 역량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초국가 범죄 특별 대응 TF를 중심으로 A씨와 B씨의 공범 및 장기간 해외에 도피하면서 범행을 지속하고 있는 유사 사이버도박 운영 조직에 대해서도 국제공조를 강화하여 끝까지 추적·검거하고 범죄수익 환수와 엄정한 사법처리를 통해 초국가 범죄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법무부 국제형사과는 앞서 필리핀으로 도피해 현지 교도소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애인을 부르는 등 호화 생활을 하던 마약왕 박왕열씨를 9년 만에 국내로 송환했다. 또 슬램덩크와 원피스 등 유명 만화를 불법 복제해 공유한 사이트 운영자를 일본에서 국내로 송환했다. 이는 한일 범죄인인도조약 체결 이후 일본 국적 범죄인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인도된 첫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