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청소년 심리부검 본격 가동…"친구·형제자매 면담도"

이현수 기자
2026.07.08 05:25

[기획]클린 스쿨-자살 없는 학교⑤-2 내년 '청소년 심리부검' 재개…"체계적 모집·포렌식도 필요"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전세계적으로 높습니다. 청소년 자살 사망률도 최근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울 증상을 호소해도 '사춘기'로 치부되면서 말할 곳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위기에서 구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청소년 심리부검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그래픽=임종철 디자인 기자.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청소년 심리부감이 실시된다. 심리부검이 자살 예방을 위한 핵심 대책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부는 기존 성인을 대상으로만 진행되던 조사를 청소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교육부·성평등가족부·경찰청 등은 내년부터 청소년 심리부검을 재개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지난 3월 체결했다. 정부는 청소년 심리부검을 본격적으로 재개해 자살 위험 신호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예방 정책에 활용할 방침이다.

그동안 성인 대상 심리부검은 꾸준히 진행됐다. 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성인 자살 사례 1602건을 조사했다. 반면 청소년 심리부검은 교육부가 2015~2022년 약 30건을 진행한 뒤 예산과 부처 간 역할 문제 등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업무협약을 맺고 역할을 명확하게 나눴다. 복지부는 면담 도구와 조사 지침을 개발한다. 교육부는 학생 자살 관련 자료를, 성평등가족부는 학교 밖 청소년의 심리상담 기록 등 자료를 제공한다. 경찰청은 유족 연락처와 수사 관련 자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사 방식도 달라진다. 내년부터는 유족뿐 아니라 친구 등 주변인까지 면담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청소년 심리부검 면담 도구·매뉴얼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인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 청소년 심리부검 사례를 보면 자살 시도가 없었고 부모도 위험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면담 대상을 넓혀 자살 전 어떤 신호가 있었는지 다각적으로 살피고 예방 방안을 연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다. 청소년 자살 유가족은 자녀를 잃은 죄책감과 상실감이 큰 만큼 경험을 이야기하는 데 동의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홍 교수는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매년 200~300명 수준인데 이 중 심리부검에 동의할 유족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학교나 경찰이 심리부검을 적극 안내하고 유족 동의를 받아 연구진과 연결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참여자 모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면담 이후 치료 연계 등 사후 지원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연정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면증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치료나 지역사회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며 "힘든 과정이지만 면담을 마친 뒤 '마음이 정리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유족들도 적잖다"고 말했다.

자살 사망자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영국의 아동사망검토제처럼 공익적 목적에 한해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스마트폰에서는 부모가 접근하지 못했던 SNS 기록은 물론 수면 시간이나 걸음 수 같은 행동 데이터도 확인할 수 있다"며 "위험 신호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해 적절한 시점에 치료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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