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건물 증여세 냈는데..."시가 62억" 더 내라는 과세당국, 법원 판단은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7.08 06: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사진=뉴스1

과세당국이 증여 이후 뒤늦게 실시한 이른바 '소급감정'을 근거로 증여세를 추가 부과하려면 증여 당시부터 감정 시점까지 부동산 가격에 특별한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과세당국이 입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건물을 증여받은 김모씨 등이 양천세무서장과 삼성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 부부는 2019년 7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7층 규모 근린생활시설 및 업무시설 건물을 아들들과 며느리들에게 증여했다. 건물을 증여받은 원고들은 옛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부동산 가액을 약 39억5000만원으로 산정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은 증여세 조사 과정에서 감정평가법인 두 곳에 해당 부동산의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는 각각 약 62억2800만원과 61억5400만원으로 평가됐고, 양천세무서장과 삼성세무서장은 평균액인 약 61억9100만원을 시가로 인정해 추가 증여세를 부과했다.

쟁점은 과세당국이 증여 이후 실시한 감정가액을 증여 당시의 '시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옛 상증세법 시행령은 평가기간을 벗어난 감정가액이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평가기준일부터 감정 시점까지 주위 환경이나 시간 경과 등에 따른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1·2심은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은 감정가액의 가격산정기준일이 증여일로부터 약 3개월 뒤였고, 개별공시지가 상승률과 사실조회 결과 등을 종합하면 증여일과 감정 시점 사이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세당국이 일방적으로 의뢰한 감정이라는 점만으로 시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됐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감정가액의 경우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볼 수 없어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주장과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객관적인 과세표준과 세액을 뒷받침하는 주장과 자료가 제출돼 정당한 세액을 산출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초과 부분만 취소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과세처분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다른 판결에서 대법원은 평가기간 이후 실시한 소급감정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그 전제인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당국에 있으며 이를 입증하지 못한 경우에는 소급감정을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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