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싼 값에 아파트를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지인들을 속여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정희)는 8일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재력 등을 거짓말해 채무를 돌려막는 상황을 숨기고, 수익금 지급 등의 의사나 능력 없이 63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278억원이 넘는 돈을 편취했다"며 "범행 수법과 피해자 수, 피해 금액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이어 "편취 금액 대부분은 채무 변제나 투자 등에 사용됐다"며 "피해자들의 정신적·금전적 피해가 대부분 회복되지 않았고, 피해자 대부분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 금액 중 약 10억원을 변제한 점, 이 사건 이전 범죄 전력이 없던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배상명령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각 약정이 모두 다르고 피해 규모도 일률적이지 않다"며 "다른 사건에 비해 중형을 선고한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배상명령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박씨는 2022년 말부터 약 3년 동안 서울과 경기 일대를 오가며 "돈을 맡기거나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아 넘기면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지인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학부모 모임을 통해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은 뒤 신뢰를 얻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병합된 관련 사건은 총 17건이다. 아직 4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추가 고소를 고려하는 피해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씨에게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개인의 사기 액수치고 상당히 크다"며 "매 사건 금액이 다양하지만 매우 중대하고, 피해가 회복되거나 합의된 바 없어 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씨 측은 선처를 구했다. 박씨 변호인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범행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액 일부라도 배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단 한 번만 갱생의 기회를 허락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