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자인 법인 대표자가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음에도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법인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고 선고한 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한다.
헌재는 14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법률 위반 시 행위자 외 법인에도 책임을 묻는 양벌규정에 대한 해석을 구하는 재판소원 사건 1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정식 심리한다고 밝혔다. 지정재판부는 이날 오전부터 평의를 거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 청구인은 금속조립 구조재 제조업체 A사다. A사의 대표이사 B씨는 2017년 10월쯤 회사 사업장에서 설치 신고를 하지 않고 폐기물처리 시설인 용해로를 설치했단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사와 B씨는 2022년 12월26일 창원지법에서 각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B씨는 폐기물관리법 제66조 제11호 벌칙 규정에 따라서, A사는 같은 법 제67조 양벌규정에 따라 약식명령을 받았다. 해당 법 제66조11호는 신고하지 않고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한 자에 대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한다. 같은 법 제67조는 위반 행위를 한 행위자 외의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으로, 위반행위를 한 법인에도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한다.
A사와 B씨는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뒤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를 했다. 그런데 A사는 '정식재판 청구기간도과'를 이유로 기각됐고, B씨에겐 정식재판을 통해 벌금 150만원이 선고됐다.
B씨는 벌금형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법원은 2024년 8월 B씨에 대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A사도 다시 판단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창원지법은 지난해 8월 "재심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청구 기각 결정에 불복한 A사가 항고하자 창원지법은 지난해 11월 즉시항고를 기각하고 대법원에서 지난 3월 재항고를 재차 기각했다.
이에 A사는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A사는 "A사가 약식명령을 받은 이유는 B씨의 행위가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단 전제에서 그에 따른 양벌규정이 적용된 결과"라며 "B씨가 무죄라면 A사도 당연히 무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재심청구를 기각했다"며 "이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단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고 A사의 평등권·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따르면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해 변경된 때(제4호)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 등을 받은 때(제5호) 등에 해당하는 경우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 대해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그 오인의 의심이 있는 경우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해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비상 구제 절차"라며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이념'이 충돌할 때 정의를 위해 판결의 확정력을 제거하는 예외적 수단"이라고 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는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 모두 걸쳐있는 양벌규정의 특수성에 따른 재심의 적용 범위, 법적 안정성과 실질적 정의 구현 가치 사이의 형량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전원재판부의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판소원이 지난 3월12일 시행된 후 재판취소 사건 접수 누적 건수는 1463건이다. 이중 이날 기준 13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됐고, 1109건이 각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