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이라 줄섰지만 "2만원 삼계탕 비싸"...사장님 "남는 게 없다"

민수정 기자
2026.07.15 16:58

한 그릇 2만원 안팎…간편식·대체 보양식 찾는 시민도

초복인 15일 서울 종로구 한 삼계탕 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사진=뉴시스.

"오늘은 복날이니까 기다려야죠."

절기상 초복인 15일 오전 11시20분쯤 서울 강동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 한 시민은 길게 늘어선 줄에도 불구하고 대기명부에 이름을 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식당 안은 이미 만석이었고, 문 앞에는 10여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대기 인원은 두 배 넘게 늘었다. 명부도 금세 빼곡해졌다. 식당 관계자는 "지금부터 기다리면 30분 정도 걸린다"고 안내했다.

인근 삼계탕집들도 초복 특수를 맞아 분주했다. 점심시간 내내 북적였고, 오후 2시가 넘어서까지도 발길이 계속됐다. 전날 찾은 강남구 일대 식당들은 평소보다 손님이 많을 것에 대비해 밑반찬과 식재료 준비량을 늘렸다고 했다. 한 곳에서는 "복날에 60명이 넘는 단체 예약도 가능하냐"는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가격 부담" 반응…업주들 "남는게 없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삼계탕 한 그릇은 대부분 2만원 안팎이었고, 능이버섯이나 전복 등을 넣은 메뉴는 이를 훌쩍 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삼계탕 1인분 평균 가격은 지난달 기준 최근 5년 연속 상승했다.

업주들은 재료비와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입을 모았다.

역삼동의 한 삼계탕집 직원은 "물가가 오른 만큼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인삼도 예전에는 10채에 2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3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다른 삼계탕집 사장도 "재료비도 문제지만 인건비 등 운영비 부담이 더 크다"며 "직원 한 명당 들어가는 인건비가 8년 전보다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늘었다"고 했다.

수익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11년째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A씨는 "순이익만 보면 예전보다 훨씬 줄었다"며 "하루 300~400그릇씩 팔리는 것도 복날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했다.

"4000원이면 충분"…간편식·대체 음식 찾는 시민도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초복을 사흘 앞둔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닭을 구입하고 있다. 2026.07.12.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비싸진 외식 가격에 간편식을 먹거나 집에서 직접 삼계탕을 만들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삼계탕을 직접 조리할 경우 1인당 약 8800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사는 20대 이모씨는 "친구가 선물해준 삼계탕 간편식을 먹을 예정"이라며 "식당에서 먹는 삼계탕은 너무 비싸지만 간편식은 한 봉지에 4000원 정도라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비슷한 돈을 쓰더라도 삼계탕 대신 다른 음식을 먹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정모씨는 "초복에 회식이 잡혀 팀원들과 치킨을 먹기로 했다"며 "제사가 사라지듯 '복날에는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는 공식도 점차 약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주부 최모씨도 "복날 음식은 더위에 지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것인 만큼 꼭 삼계탕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른 보양식을 찾게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복날에 삼계탕을 찾던 소비 경향이 앞으로 더욱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문화가 확산하고 대체 음식이 다양해지면서 삼계탕 소비는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다른 육류가 주된 대체재였다면 최근에는 과일이나 디저트처럼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다양한 음식으로 복날을 보내는 소비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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