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80대 아버지를 선풍기로 내리치는 등 수십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아들에게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범행의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간병에 따른 피로감과 부담 등을 고려해 감형한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5년 8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87세 부친을 주먹으로 얼굴을 수십 차례 때리고 선풍기로 머리와 얼굴을 내리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치매와 난청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버지를 오랫동안 돌보며 생활했지만, 평소 자신에게 서운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와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였는지, 형량이 지나치게 무거운지 등이 쟁점이 됐다.
1심 법원은 "직계존속을 상대로 한 범행인데다 수법이 매우 잔혹해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2심 법원은 범행의 잔혹성은 인정하면서도 장기간 고령의 부친을 간병하면서 누적된 피로감과 부담감 속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이 이뤄진 점, 피해자의 다른 아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살인의 고의 인정과 심신장애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도 없다"며 검사의 상고와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어 "피고인의 연령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결과 및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징역 15년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