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면 불 태웠는데…"아울렛에 '샤넬' 쫙 깔리나" 비상 걸린 이유

마아라 기자
2026.07.21 08:36
2013년 뉴욕 블루밍데일 백화점 샤넬 매장 모습 /AFPBBNews=뉴스1

희소성 유지를 위해 미판매 제품을 폐기해왔던 샤넬, 루이비통 등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유럽연합(EU)의 미판매 제품 폐기 금지 시행으로 인해 재고 관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일(한국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부터 EU 측이 고객 반품 상품을 포함한 미판매 의류와 액세서리, 신발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보도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해당 규제는 과잉 생산 방지와 폐기물 감축 등을 목적으로 2024년 승인됐다.

새 규정에 따라 기업들은 소각 대신 △기부 △수선 △재사용 등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고를 처리해야 한다. 건강이나 안전에 위해를 끼치거나 위조품,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파손품 등은 예외다.

유럽환경청(EEA) 유럽에서 판매되는 섬유 제품의 4~9%는 사용되기 전 폐기된다. 연간 규모로는 약 26만4000~59만4000톤에 달한다.

지난주 공개된 법원 자료에 따르면 샤넬은 재고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홍콩에서 수천 개의 미판매 제품을 정기적으로 폐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샤넬은 FT에 "법정에서 언급된 수치는 현재의 글로벌 운영 방식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판매가 어려운 제품을 2019년 설립한 재활용 계열사 '라틀리에 데 마티에르'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루이비통 매장 전경 /사진=머니투데이 사진DB

특히 공급 제한으로 희소성을 유지하며 브랜드 가치를 관리해온 LVMH, 프라다, 샤넬 등 하우스들은 이제 늘어나는 재고 보관 비용을 감수하거나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소각이 막히면서 명품의 아울렛 유통과 할인 판매 비중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브랜드 품위를 훼손하지 않고 재고를 정리하는 정교한 유통 전략이 하우스들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베인앤드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산업협회 알타감마 등은 2025년 명품 판매의 최대 40%가 할인 판매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수요 둔화와 재고 증가로 브랜드들이 아울렛과 가격 인하 판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루카 솔카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변화가 유럽과 중국, 미국 뉴욕에서 명품 아울렛을 운영하는 영국 밸류리테일과 같은 업체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버버리는 2017년 수백억원 규모의 재고 상품을 소각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자 재고를 사회적 기업 '스마트웍스'에 기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후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구축해 제품이 재활용될 수 있도록 재판매 서비스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로 인해 인공지능(AI) 기반 재고관리 시스템 도입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AI를 활용해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수요를 예측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줄리아 이우티코네 하이드릭앤드스트러글스 밀라노 사무소 파트너는 "생산과 판매 계획의 정교함 자체가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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